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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523] 콘서트 프리뷰: 김유빈 피아노 독주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2.02.04 14:44
  • 수정 2022.0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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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피아노 독주회라 명함을 내밀지! 유튜브에서도 1분 아니 30초도 안되는 Short 영상이 대세를 이루어가고 이미 짧고 콤팩트하면서 단기간에 효과를 올리는 데만 급급해 빠르고 스타카토 같은 속도의 성적 올리기 인강으로 공부하는데 적응이 되어버린 1-20대는 넷플릭스의 영화나 드라마도 기본 속도가 아닌 이 배속으로 빨리 당겨서 본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음악회는 길어야 1시간이요 중간에 인터미션까지 포함해 8~90분 정도로 구성하면서 그걸로 족하다고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자위하고 있다. 물론 요즘 시대에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음악만 1시간 이상 듣는다는 거. 그것도 과거의 양식에 입각한 타국의 잘 알지도 못하는 음악을 감상한다는 거 자체가 현대의 생활과 너무나 언밸런스하고 무리이고 고문에 가깝다는 거 잘 안다. 연주자도 관객 친화라는 명분으로 그리고 자신도 무대에서 연주를 한다는 즐거움이나 행위 그 자체보다 정기 방어전 같은 의무전이나 실적을 채워야 되는 제출용으로 구색만 갖추고 음악회 가는 사람이야 세계적인 톱클래스의 연주자 아닐 바에야 지인 잔치 축하해 주고 자리 채워주러 가는 거니 기왕이야 빨리 끝나면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아니겠는가!

2월 8일 화요일 오후 7시30분에 아투즈컴퍼니 주최로 열리는 김유빈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

이런 시류에 경종을 울리는 당찬 음악인이 감히(!) 베토벤 소나타 15번,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그리고 슈만의 '카니발'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바로 2월 8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개최되는 아투즈컴퍼니 주관의 피아니스트 김유빈 독주회다. 피아니스트 김유빈은 부산 예중과 서울예고를 우수한 실기성적으로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에 입학하여 학업을 이어나간 후 도독하여 라이프치히 국립음대(Hochschule für Musik und Theater “Felix Mendelssohn Bartholdy” Leipzig) 석사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였을 뿐만 아니라 최고연주자 과정인 Meisterklasse-Examen에 입학, 학업과 동시에 동 대학에서 DAAD-Meisterklassen-Projekt의 일환으로 장학금 혜택을 받으며 Teaching Assistance로 활동, 교육자로서의 준비도 성실히 하며 최우수 졸업하였다. 2018 이탈리아 카바데티레니 Jacopo Napoli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1위 입상, 제18회 Pietro Argento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3위에 입상하였으며, 퀸 엘리자베스 콩쿨, 클라라하스킬 콩쿠르, ARD 콩쿠르 등 세계적인 콩쿠르에 참가하며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국내에서는 삼익 콩쿠르 입상, 서울 필하모니 콩쿠르에서 대학부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고, 금호 영 아티스트에 선정되어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가지기도 하였다.

'전원'이라는 부제가 붙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5번은 유명한 교향곡 6번 '전원'과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전원 교향곡은 베토벤이 귓병으로 요양시 작곡하고 스스로 전원생활의 회상이라는 부제를 붙인바면 오늘 연주하는 전원소나타는 사후 출판사에서 악보 팔아먹으려고 표제로 붙인거 뿐이니 별 연관이 없다. 더군다나 같은 해 작곡한 격렬한 폭발의 바로 앞의 14번 '월광' 소나타와 비교하면 안이하고 평범하지만 곡 길이는 월광에 비해 12분 정도 (어떤 속도로 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더 길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19세기 시인 베르트랑의 동명 시집에서 영감을 얻어 그 안에 물의 요정 온딘, 교수대 그리고 스카르보 3곡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연주자들은 연습하면서 절로 곡 소리가 나는 화려하면서도 어려운 곡이다. 현란한 기교와 인상파 음악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음악의 시각화와 장면화 그리고 라벨만의 독창적이면서 천재적인 어법이 응축된 라벨의 상징과도 같은 뛰어난 작품이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30대 연주자 이상 연령의 한국 피아니스트가 치는 거(그것도 여성) 극히 드물게 접할 정도다. (필자도 10대 때 소위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 많이 흉내낸 곡인데 지금 치라고 하면 어깨 나간다.)

슈만의 카니발이야 두말하면 입만 아플 정도의 대곡이다. 생전 접해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사육제'라는 서구 가톨릭 봄의 제전 이름으로 불리기도 해서 더욱 생소한데 쉽게 말해 거리축제라고 상상하면 된다. 그런 휘황찬란한 길거리 축제에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음악으로 성격을 표현한다. 쇼팽도 나온다. 슈만에 의해 만들어진. 그리고 마지막에는 슈만이 조직한 다비드 동맹이라는 이념단체의 위풍당당한 행진곡으로 승리를 고한다. 이념이 일상화되어버리고 PC만이 정의이고 올바름이라고 치부되는 21세기 극단주의 세상에 열정의 진보주의자 슈만이 내세웠던 자유와 진보의 물결인 다비드 동맹이 어떤 방식으로 용해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피아니스트 김유빈, 사진제공: 아투즈 컴퍼니
피아니스트 김유빈, 사진제공: 아투즈 컴퍼니

피아니스트 김유빈은 현재 세종대학교, 전남대학교, 창원대학교, 부산예술중학교, 부산예술고등학교, 계원예술고등학교, 인천예술고등학교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는 한편 아음(A-eum) 트리오 멤버로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해 관객과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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