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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열사 제막식 추모시] 지금, 여기, 오소서(I)

심호근 기자
  • 입력 2021.12.15 16:08
  • 수정 2022.05.2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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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백 남 기 형 !

 

부끄러움으로

그리움으로

형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때 그 죽임과 죽음의 아픈 기억으로부터

이 거룩한 의혈탑 앞으로

어서 오세요 불러봅니다

 

“그만해~ 그만해! 이제 그만...”

평화의 몸짓으로 만류하던 비폭력 농민,

형을 과녁 삼아 쏘았다니!

직사포!

형을 노리고 노려 쏘아댄 직사포!

기어코

형의 정수리를

형의 머리통을

정통으로 때려버렸네요!

 

저들은, 저 양심 구제불능 총잡이들은

죽으라고 쏘았으면서 거짓핑계를 둘러대곤 했지요

저들의 비굴한 거짓에 맞서

저들의 더러운 위선과 위악을 깨면서

부검운운, 시신탈취, 강제집행을 막아내며

농민형제들 민주후배들

이를 악물고 처절하게

장례투쟁으로 백남기 수호투쟁으로 형을 지켰지요

 

그때 그 투쟁은

억울함을 참고 이를 악물고 버틴 그 투쟁은

생명평화 비폭력평화 백남기

백남기의 땀과 꿈을 받아 안는

새로운 역사투쟁

새로운 희망투쟁이었지요

 

살아서 역사

죽어서 역사

하나의 밀알 백남기

 

백남기 밀알은

서럽고 억울하게 죽어 흙으로 돌아가고

세상은 그렇게 하릴없이

저 간악한 국가폭력에 깨어지고

저 대물림 총칼권력 아래 신음하는

낙망과 분노, 자조와 도생의

그저 그런 허허벌판이려니 했지요

 

그러나 누가 알았을까요?

어둠속, 흙속 백남기 밀알들이

내가 백남기!

내가 백남기!

내가 백남기!

우리가 백남기!

아스팔트농사 절망속 민중의 에너지들이

아스팔트 벌판 콩크리트 철벽을 깨고 나올 줄을

 

누가 못미더워 했을까요?

촛불민심의 바다 거대한 파도가

대물림 독재의 성채를 깨부수고

권력기생충들을 쓸어내고

새로운 희망의 나라를 세우고야 말 것을

 

임종철 시인

김포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실천문학’에 시 「에므왕」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89년 약사시인 공동시집 『굼벵이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2013년 시집 『장마철에』 등을 출간했다. 현 한국문학평화포럼, 문학의학학회 회원이다.

 

백남기 열사(사진=위키백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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