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숙 한자교실] 칩거(蟄居)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전화까지 꺼놓고 잠적해 사실상 칩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오늘 한자교실에서는 칩거(蟄居)를 파자로 알아보겠다.
숨을 칩(蟄), 살 거(居) 자를 쓴다.
‘蟄’ 자는 다행 행(幸), 둥글 환(丸), 벌레 훼(虫)의 조합이다.
갑골문에 나온 ‘幸’ 자를 보면 양손을 묶는 수갑과 벽에 고정하는 쇠사슬이 그려져 있다. 수갑은 죄를 지은 사람을 구속하기 위한 도구이다. 죄를 지은 사람을 잡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뜻으로 ‘다행’이라는 뜻이 있고, 범죄자가 없는 사회가 행복하다는 뜻에서 ‘행복’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丸’ 자의 소전을 보면 사람이 앞구르기를 하기 위해 양팔을 바닥에 짚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앞구르기를 하기 위해서 몸을 둥글게 말아 뒹구는 모습으로 ‘둥글다’, ‘둥글게 하다’, ‘알’이라는 뜻을 가졌고, 둥근 원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執’ 자의 갑골문을 보면 죄수의 손에 수갑을 채운 모습이 그려져 있다. ‘죄인(罪人)을 잡다’의 뜻과,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집중하는 ‘집념’이라는 뜻도 같이 쓰인다.
‘虫’ 자는 애벌레를 본떠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서는 유충의 머리와 몸통이 함께 그려져 있다. 주로 벌레와 관련된 부수자로 활용되고 단독으로 쓰일 때는 벌레 세 마리가 들어간 충(蟲) 자를 쓴다.
‘蟄’ 자는 죄인이 [幸] 몸을 숨긴다는 뜻과 벌레 [虫]가 겨울잠을 자기 위해 몸을 말고 [丸] 동면(冬眠)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쓰인다.
‘居’ 자는 주검 시(尸), 옛 고(古)의 조합이다.
‘주검’이란 죽은 사람의 몸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尸’ 자는 죽은 사람의 제(祭)를 관장하는 사람이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사람’이나 또는 ‘앉아있는 사람’과 관계된 의미를 전달한다.
‘古’ 자는 열 십(十), 입 구(口)의 조합이다.
‘古’ 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 자 위로 ‘中’ 자가 그려져 있다. 이것은 ‘입’과 ‘방패’를 표현한 것이다. 방패는 전쟁에 쓰이는 무기로 오래전에 전쟁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후세에게 들려준다는 의미인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10세대를 [十] 거쳐 입 [口]으로 전해져오기 때문에 ‘옛날’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는 풀이도 있다.
‘居’ 자는 사람이 [尸] 한 곳에 오래 [古] 정착한다는 의미에서 ‘살다’, ‘거주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