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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36] 리뷰: 영화속 음악여행, Cinema Concert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5.19 07:59
  • 수정 2021.05.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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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화요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영화 속의 클래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익숙하고 알만한 영화 속의 클래식 OST들이 5월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최영선이 지휘하는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4명의 솔리스트들에 의해 펼쳐졌다.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투나잇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테너 신동원과 소프라노 한경미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롯데콘서트홀이라는 공간의 음향과 더할 나위 잘 어울렸다. 밝고 경쾌하게 음악회의 오프닝으로 제격이었다. 연이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에서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은 끈덕지고 접착력이 강한 앙부쉬르로 음색을 자유자재로 조절해 가면서 파도 같은 음폭으로 광활한 아프리카 대지를 선사하였으며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은 단아하면서 깔끔했다. 다만 조인혁이 연주한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는 영화음악이라는 주제에 맞추다 보니 조인혁이 가진 장점과 기량을 십분 살리지 못한 인위적인 선곡이었다. 연주자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단 음악회의 기획과 취지에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선곡에 맥 빠진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인한 조인혁의 고군분투였다. 영화나 재즈에 맞춰야 했다면 차라리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이었으면 조인혁이 좀 더 부각되었을터. 송지원이 연주한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도 1악장에서 신시사이저로 울리는 하프시코드의 소리가 너무 크고 파편이 강했다. 그게 빠지자 송지원이 보여줄 수 선이 고운 프레이즈가 살아났다. 확실히 3악장에서는 최영선에 의해 그 점이 캐치되었는지 신시사이저의 볼륨이 완화되어 부드러웠다. 전반적으로 타악기 주자 한 명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빠른 템포와 좁은 패시지 사이 내에서 스네어드럼, 트라이앵글 등 여러 악기들을 교체하고 다루어야 하니 어느 한 악기도 제대로 오케스트라 속에 용해되지 않았다. 타악기라고 다 같은 타악기가 아니며 자신이 제일 잘하고 자신에게 맡는 악기가 분명 있을 텐데 여러 개를 해야 하다 보니 과부하다. 그건 랩소디 인 블루에서도 마찬가지였고 헝가리무곡에서도 역력했지만 푸치니의 <아무도 잠들지 마라>에서의 심벌즈 3방으로 가장 뚜렷하게 자신의 강점을 드러냈다. 소프라노 한경미가 부른 헨델의 <울게 하소서>는 1부의 랩소디 인 블루에서처럼 편곡이 어떤 판인지 원전이 아닌 정말 현대판 영화에나 맞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였다.

5월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영화속 음악여행 Cinema Concert

케루비노가 어떤 오페라에서 무슨 역할을 하며 어떤 내용인지 아는 사람은 메조소프라노 김순희의 남장에 더할 나위 없는 갈채를 보냈을 테다. 그녀는 오페라의 내용과 전개에 부합되게 음색부터 제스처 그리고 의상까지 하나로 일체화시켜 캐릭터를 구축했다. 이런 디테일이야말로 원석 같은 매력으로 오페라를 살리는 작지만 보이지 않는 큰 차이다. 그러려면 원형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수용이 밑받침된, 남장과 보이시한 매력, 그리고 같은 가수가 크리스타 루드비히 같은 음성으로 하바네라에서는 또 다른 반전 매력을 어떻게 선보였는가를 공감해야 하는 소비층이 존재해야 하지만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시장의 부재하에 소수만 통용되는 작은 세계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분명 메조소프라노 김순희는 더 큰 무대에서 세상과 통용할 끼와 흥 그리고 자신만의 팔색조 같은 색깔을 가진 가수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 케루비노의 역할로 분한 메조소프라노 김순희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서의 케루비노 역할로 분한 메조소프라노 김순희

인간은 자신의 타고난 장점과 카리스마로 통칭할 수 있는 매력이 제각각이고 그걸 잘 발견하고 발굴하여 그 점을 집중적으로 살려 돋보이게 하는 게 매니지먼트와 프로덕션의 역할이다. 어느 하나를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하나의 오리지널과 열백개의 모창으로 재탕, 삼탕하고 그들끼리 누가누가 잘 하나 하는 게 클래식 음악의 역력한 한계다. 작품을 가수와 연주자에게 맞춘 게 아닌 사람이 작품에 맞추다 보니 탈이 안 날수 없고 자신의 장점과 색깔을 잃어버리고 허우적거리게 되는 셈이다. 테너 신동원이 부른 <아무도 잠들지 마라>와 소프라노 한경미가 부른 <Song to the Moon>,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선택한 멘델스존의 협주곡이 자기에게 맞는 옷이요 맞춤 정장이니 딱 들어맞는다. 오케스트라 단원 안에서는 트럼펫이 그랬다.

케루비노에서 카르멘으로 변한 같은 인물, 하바네라의 강력한 유혹
케루비노에서 카르멘으로 변한 같은 인물, 하바네라를 통한 강력한 유혹

그런 의미에서 음악가들이 공평하게 무대에 2번씩 오른 것처럼 오늘 해설과 사회를 본 아나운서 신지혜의 두 번의 스테이지 출연은 강렬한 인상과 여운을 남겼다. CBS에서 신지혜의 영화음악이라는 방송을 맡고 있는 아나운서니 영화음악에 대해 박식하겠거니 했지만 아나운서라는 직업적 강점과 숙련을 백분 살려 명쾌하고 유려하게 진행했다. 준비 제대로 안된 음악박사, 교수들의 버벅거리고 어눌하면서 중언부언이 많은 해설보다, 공부도 안 해오고 써진 대로 읽거나 괜히 웃기고 가볍게 분위기를 만들려는 경박스러운 사회보다 훨씬 유창하게 오늘 출연진들의 이름과 소개부터 음악이 쓰인 영화의 감독과 음악감독까지 일일이 열거해 주면서 어떤 장면에 어떻게 음악이 쓰였는지를 완전히 체화된 상태에서 설명해 주었다. 이쪽저쪽 왔다 갔다 하지 않고 한 우물만 파면서도 적재적소에 인재가 쓰인 올바른 예이자 확실한 방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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