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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칼럼 淸風明月] 영화 미나리 와 자산어보

김문영 글지
  • 입력 2021.05.16 08:43
  • 수정 2021.05.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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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맛본 위안의 시간

 

코로나19 위기는 언제나 끝나려나. 갇혀 지내는 시간이 벌써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나간다. 그러는 동안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 가난한 사람들 삶은 시간과 비례하여 피폐해지고 있다. 대면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업종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고 말았다. 위기 상황에서도 비대면 비지니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대면 변화의 생활질서가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나 또한 대면으로 생업을 영위하는 업종이어서 코로나19가 안겨준 고통은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덕지게 버티고 있는 것은 전염병은 결국 정복될 것이며 끝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모두의 승리를 위하여>라는 시를 발표했고 그 시는 성용원 작곡가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져 불리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은 고문이 되고 있다. 희망고문의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힘겹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최근 집에서 최첨단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하여 두 편의 영화를 연이어 시청했다. 두 편 모두 우리 삶의 역사를 감동으로 되살려주었다. <미나리>와 <자산어보>.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이민 교포의 고통스런 정착과정을 그려낸다. 자산어보는 1801년 신유박해로 흑산도로 귀양 간 정약전의 유배생활을 중심으로 제작되었다. 시간 상으로 약 180년 차이가 나는 역사의 기록물이다. 6세대의 차이가 나는 시간 속에서도 전해지는 감동은 엄청나다.

포털에서 제공하는 영화의 소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미나리>.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함께 살기로 하고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은 할머니가 도착한다. 의젓한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여느 그랜마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한데…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뿌리 내리며 살아가는 어느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다음은 <자산어보>. 이 양반은 대역 죄인이니 너무 잘해줄 생각들 말어. 순조 1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 호기심 많은 '정약전'은 그 곳에서 바다 생물에 매료되어 책을 쓰기로 한다. 이에 바다를 훤히 알고 있는 청년 어부 ‘창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창대’가 혼자 글 공부를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정약전’은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고 거래라는 말에 ‘창대’는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인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서로의 스승이자 벗이 되어 간다. "너 공부해서 출세하고 싶지?" 그러던 중 '창대'가 출세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약전'은 크게 실망한다. ‘창대’ 역시 '정약전'과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정약전'의 곁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결심하는데...

<미나리>는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으며 세계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냄비처럼 팔팔 끓는 우리나라 언론은 단체로 취하여 대한민국을 들엇다놨다했다. 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뜻의 '윤여며 들다'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다. '기생충=조여정, 미나리=윤여정, 북한은=김여정, 인생은=단여정, 예술은=긴여정'이라는 여정 시리즈가 나돌기도 했다. 윤여정이라는 한 배우에 이목이 집중된 탓에 영화 자체의 의미는 위축되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구든 이민은 쉽지않은 결정이다. 조국을 버리고 타국에서 삶의 터전을 꾸린다는 것이 어찌 용기와 도전만으로 가능하겠는가. 우리의 현대사를 살펴보면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 후 남쪽은 미군이 점령하여 미국의 문화가 전이되었다. 어디 문화뿐이랴 정치,경제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산업화가 정점으로 치닫는 시기 즉 1980년대는 우리 사회는 혁명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었다. 이 시기 미국으로의 이민 유학 등이 이어졌다.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열풍이 휘몰아치던 시기였다. 이민이나 유학이 모두 성공하면 좋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상이 많았다.

영화 미나리는 힘겨운 이민 정착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비지니스 때문에 1990년 중반 이후 메릴랜드주에 정착해 사는 교포와 자주 만나야 했다. 그들 가족의 생활을 들여다봄으로써 이민자 가족들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미나리 만큼은 아니지만 각박한 삶이 자본주의 왕국 미국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비지니스 상대였던 내또래 교포는 몇 년전 돌연사 하고 말았다.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닌가 추측한다.

<자산어보>는 흑백영화로 만들어져 어릴 때 장터 마당에 설치한 가설극장에서 1년에 몇 번 축제처럼 흑백영화를 감상하던 추억을 초대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장면장면의 재미와 감동에 푹빠지게 하는 영화였다.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라는 대사를 비롯하여 불쑥불쑥 던져지는 명대사가 감동을 더한다.

우리의 역사에는 천주교(카톨릭, 서학)에 대한 탄압이 등장한다. 유교가 지배하던 조선시대 소위 서학은 봉건시대를 종식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순교하교 유배생활을 해야 했다. 너무나 가혹한 박해가 이어졌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역사는 박해를 통해 발전이라는 열매를 선물한다. 우리 역사에서 봉건이 붕괴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봉건이 붕괴되는 시기 즉 조선 정조시대 이후 정약전,정약종,정약용 형제를 비롯해 황사영, 정철상, 정하상에 이르기까지 그 일가는 가장 많이 박해받은 순교 일가였다.

역사적으로 알려진 것은 정약용이 대표적이지만 그 일가 친척 중에는 숨겨진 독실한 신자가 훨씬 많다. 그 중 대표적 인물이 정약전이다. 영화 자산어보는 유배지 흑산도에서 청년 어부 장창대와의 관계를 통해 인간관계의 존엄을 파고 든다. 현재 우리들이 추구하는 적폐청산 평화 번영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명대사를 통해 왜 세상을 살아가는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를 진중하게 되돌아보도록 한다.

나는 영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기법이나 연출, 연기에 대한 평을 하기는 어렵다. 영화에 대한 재미와 감동을 중심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잇달아 감상한 <미나리>와 <자산어보>는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내게 큰 힘이 되었다. 굳이 비교 우위를 논하라면 <자산어보>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1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으며 내용 속으로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세상은 내 생각과 달리 돌아가는 경우가 참 많다. 영화 미나리와 자산어보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과 달리 나타나는 현상은 특히 정치가 그렇다. 4월7일 실시된 서울•부산시장 선거 결과가 그렇다. 나는 선거를 앞두고 칼럼을 통해 차선조차 선택하기 어렵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세상은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여진다. 그렇더라도 나는 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내 생각이 진실과 정의에 충실하다는 신념 때문이다. 미나리와 자산어보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위기의 고달픔과 힘든 시간 속에서 두 편의 영화 감상은 많은 위안이 되었다. 그래서 인간 생활에 있어 예술은 가뭄 속의 단비, 혹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것이리라. 아직 영화를 시청하지 않은 국민들께서는 시간내어 감상하실 것을 권해 드린다. 결코 시간이 아깝지않을 것이다.

영화 자산어보(왼쪽) 와 미나리 포스터
영화 자산어보(왼쪽) 와 미나리 포스터
영화 자산어보(왼쪽) 와 미나리 포스터
영화 자산어보(위) 와 미나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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