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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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탐방기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4.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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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증산로17길에 50, 도서관 하나로 마을의 분위기가 바뀌다.

두둥! 여긴 과연 도서관인가? 기념관인가? 아님 문학관인가? 이름부터 시적이다. 도서관 그러면 설립자나 주변의 위인들의 이름이나 호에서 딴 명칭이 많아 왠지 거룩하고 위엄 있다. 성곡도서관? 으리으리한 파르테론 신전 같은 석조건물이 연상되고 거기서 공부하면 국가 동량의 역군이 되어야 할 거 같다.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 그의 공적을 치하하고 학술적인 차원에서 가야 될 거 같다. 그런데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만만하고 정겹다. 여긴 과연 도서관인가? 기념관인가? 아님 문학관인가? 이름부터 시적이다. 도서관 그러면 설립자나 주변의 위인들의 이름이나 호에서 딴 명칭이 많아 왠지 거룩하고 위엄 있다. 성곡도서관? 으리으리한 파르테논 신전 같은 석조건물이 연상되고 거기서 공부하면 국가 동량의 역군이 되어야 할 거 같다. 김영삼대통령기념도서관? 그의 공적을 치하하고 학술적인 차원에서 가야 될 거 같다. 그런데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만만하고 정겹다. 운율이 척척 살아있다. 도서관이 아니라 동네 공부방 이름 같다. 이름만 곱씹어도 동네 개울물이 흐르는 냇가에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이들의 꺄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거 같다. 가보니 과연 그렇다. 놀이터가 따로 없다. 

은평구에 위치한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줄여서 내숲도서관)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18년 개관한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은 '새로운 길'이라는 시의 첫머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범상치 않은 네이밍의 근원이 서정시인 윤동주였다. 그러다 보니 윤동주 덕에 도서관과 마을의 조화가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지며 어떤 풍경이 되어야 될지 이미 공간 해석의 열쇠를 제공한다. 자연과 소통이다. 내를 건너면 숲으로 통하며 그러다 보니 도서관을 건너 시가 이어진다. 말로만 복합과 융합이 아닌 살아 있는 표본이다.

정면 벽에는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적은 동판이 붙어 있다.
정면 벽에는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적은 동판이 붙어 있다.

코로나19상황이라 전체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아래층(G층)의 입구만 개방된 상황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 먼저 어린이 자료실을 만났다. 열람실 전면의 큰 창을 통해 비단산과 신사근린공원, 어린이 놀이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안에서 바깥을 보니 탁 트여 훤하다. 날씨까지 티끌 하나 없을 정도로 청명하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이 모든 게 연결되었을 터. 책 읽다 답답하면 나가 심호흡하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먼지만 털고 들어와 다시 숙제하는 생활, 안과 밖의 구분이 없이 독서를 건너 놀이로, 놀이를 건너 독서로 통한다. 숲이 모든 방향에서 도서관으로 경계 없이 연결되고, 주변의 자연과 공간이 물 흐르듯이 흐르며 도서관의 내부 프로그램들과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공원 속으로 확장되는 도서관이다. 

안에서 밖이 어떻게 보이냐가 한국 건축의 핵심이 아닌가!
안에서 밖이 어떻게 보이냐가 한국 건축의 핵심이 아닌가!

1층의 종합자료실은 개방형 복합공간인데 하얀색의 카사블랑카(Casablanca)가 펼쳐진다. 평지가 아니라 오른쪽 신사근린공원의 산비탈의 지형을 살려 오르막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계단식 열람공간에는 붙박이 서가에 책이 꽂혀 있고 2층 브리지 공간에는 열람석이 마련되어 있다. 

1층의 하얀색으로 둥글게 뒤덮인 종합자료실은 포근하다.
1층의 하얀색으로 둥글게 뒤덮인 종합자료실은 포근하다.

내숲도서관은 시문학 특화 도서관으로 2층 전체가 시문학 자료실과 시문학 전시실로 운영되면서 윤동주 기념도서관이란 정체성에 걸맞게 윤동주의 숨결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2층의 시문학 자료실
2층의 시문학 자료실

마치 보물찾기 하듯이 숨겨져 있는 윤동주의 흔적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윤동주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의 나열과 부착이 아닌 윤동주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도서관을 만들어가는 이용객들의 흔적들도 곳곳에 눈에 띤다. 그중에 윤동주의 시를 필사한 메모지 중 내 눈을 번쩍 뜨게 만든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윤동주의 시 <눈 감고 간다>를 누가 적어서 붙여 놓았다.

앗! 눈 감고 간다! 그것도 2개나!
앗! 눈 감고 간다! 그것도 2개나!

도서관의 모든 곳은 도서관을 감싸고 있는 자연과 직접적으로 통하지만 원수 같은 코로나 때문에 대문만 열어놓고 다 막아놔 숨통이 트이지 못한 게 아쉽다. 이 도서관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을 잃어버린 꼴이다. 사통팔달로 통하는 그래서 옥상의 정원에선 봄내음 물씬 마시고 따사한 봄햇살을 벗삼아 커피 한잔하며 책을 읽고 음악회도 할 건데 다 폐쇄다.

지금은 갈 수 없는 옥상정원, 여기서 하늘과 별을 보면서 음악회도 하고 시낭송회도 할건데...여기서도 자연스레 비단산과 신사근린공원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갈 수 없는 옥상정원, 여기서 하늘과 별을 보면서 음악회도 하고 시낭송회도 할건데...여기서도 자연스레 비단산과 신사근린공원으로 이어진다.

윤동주의 시 <새로운 길>은 곱씹을수록 참으로 명작이다. 당장 여기에 선율을 붙여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운율이 살아 있고 미래지향적이다. 새로운 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슈만이 자신의 후배 세대로 브람스를 소개한 문장이다.(Neue Bahnen) 여기에 사방으로 뚫려있는 문만 열면 하늘과 바람과 별을 만날 수 있는 연속으로 펼쳐지는 광경이다. 이 도서관을 통해 훌륭한 인재가 나와 새로운 길로 나아가면서 자연과 소통하며 사람과 문학 그리고 지식과 지혜의 보고인 도서관이 만난다. 아직은 그러려면 코로나부터 종식시켜야 할 터...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대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나 언제 독립이 될지 몰라 암울했던 윤동주나 같은 심정이다. 그때까지 그저 묵묵히 눈 감고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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