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예뻤다
사과는 예뻤다
- 마혜경
과일집 앞에 서 있다
노란 바구니에 담긴 넌 그 밤을 알고 있다
시치미를 떼지만 부꾸러움은 들키기 싫은 눈치
내가 말할까
우와, 안겼을 때 엄마 품에서 우두둑 떨어진
인형처럼 무릎을 접어 받은 품삯
어둠 속에서도 새 부리 선명했던 그 사과잖아
쓸쓸하게 넌 홀수로 앉아 있다
먼저 시식하던 새들은 엄마 따라갔을까
사과가 이렇게 예쁠 수도 있다니
예쁘려고 맛을 버린 건 아닐까
한 입 베어 문다
어두운 방에 서 있다
새들이 돌아올까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그 밤,
어두운 방, 모난 사과 하나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