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용원 음악통신 383] 도봉문화재단의 전태일 열사 50주기 기념 추모곡 '벗이여 해방이 온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1.31 10:12
  • 수정 2021.01.31 10: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요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지만 9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많은 논란에 휩싸였던 김종률 작곡의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이성지 작사& 작곡의 <벗이여 해방이 온다>는 86년 분신한 김세진, 이재호 열사의 추모곡으로 87년에는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에도 불리면서 민주영령들의 또 다른 추모가로 애창되는 노래인데 2020년 11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념하고 추모하기 위해 도봉문화재단에서 새롭게 리메이크한 영상을 제작했다.

도봉문화재단(상임이사 김용현)이 제작한 전태일 열사 추모노래 이성지 작사,작곡의 '벗이여 해방이 온다'

그럼 왜 도봉문화재단인가? 동대문 평화시장 앞길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를 외치며 분신 항거한 그 당시 전태일이 살았던 곳이 도봉구(당시는 성북구) 쌍문동 56번지 허름한 무허가 판잣집이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 오직 인근 창경초등학교 담장에 안내판 하나만 초라하게 서 있었던 거기를 도봉구에서는 구에 깃들어 있는 현대사 인물의 행적을 되새기기 위해 전태일이 생전에 거주했던 집 주변도로(해등로 25길)를 명예도로 '전태일 길'로 지정하고 전태일의 생을 다룬 연극을 상연하는 등 여러 다채로운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노래영상도 그 일환이다.

전태일 열사 옛 집터

소프라노 이진희와 테너 조태진이 애수 넘치는 오보에의 선율과 우아한 현의 반주로에 맞춰 듀엣으로 부른 이번 노래는 도봉구 문화도시추진단장이자 이번 프로젝트의 총감독인 민경찬이 직접 건반을 연주하고 고풍스러운 편곡을 담당했다. 전태일 열사의 장례 후 가장 먼저 그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방문했다는 함석헌 선생의 관점에서 본 전태일 열사와, 그의 죽음을 통해 본 대한민국의 아픈 근현대사의 이야기를 우리 시대의 아픔과 연결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풀었다. 도봉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근현대사 영상공연프로젝트의 4번째 영상으로서 이번 녹음은 평화문화진지 안에 새롭게 자리한 ‘진지한 책방’에서 진행되었다.

평화문화진지란 지하철 1 & 7호선 도봉산역에서 하차하면 만날 수 있는 도봉구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이다. 이 자리는 조선시대 나랏일로 여행하는 관리들이 쉬거나 잠을 잘 수 있던 공공 숙박시설이라 할 수 있는 다락원이 있던 곳이다. 즉 한양 도성을 나와 평안도, 강원도로 가는 여정의 첫 숙소가 여기였던 셈이다. 서울의 북쪽 끄트러미에 세워졌던 도봉구 최초의 시민 아파트였던 대전차방호시설의 주거공간 노후화로 인해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되었던 이곳이 2014년 7월 민간과 행정의 협력을 통해 공간재생이 이루어졌고 대전차방호시설의 흔적들을 그대로 보존한 채 평화문화진지는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그래서 군대의 숙박을 위해 세운 시설이란 뜻의 용어인 진지(陣地)와 평화 속에 문화적 번영을 뜻하는 단어들의 합성으로 작명이 되었다. 참되고 착실하게 책을 읽으라는 뜻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중의적인 작명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