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의 음악통신 232] 홀대받는 클래식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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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음악통신 232] 홀대받는 클래식 음악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0.04.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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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김민기가 작사, 작곡하고 양희은이 부른 노래 '상록수', 1998년 IMF가 한창일 때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선사한 노래다. 청와대는 4.19혁명 60주년을 맞은 4월 19일, 대한민국을 넘어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 의료진에게 헌정하는 곡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하면서 가수 34인이 함께 부른 <상록수 2020>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김형석 음악감독을 필두로 강산에, 김조한, 김필, 나윤권, 라붐, 레드벨벳 조이, 뮤지, 바다, 백지영,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B1A4 산들, 비지, 슈퍼주니어, 알리, 에일리, 오마이걸 유아, 오연준, 윤도현, 솔지, 이은미, 타이거JK,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하동균, 홍진영 등 총 24개 팀, 34명의 아티스트가 한마음으로 불렀으며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8개국어로 번역되며 21일 낮 12시 국내 음원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조수미는? 고성현은? 아님 사무엘 윤이나 소프라노 김지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클래식 성악가들의 이름은 들어가 있지 않다. 아님 백건우, 손열음, 조성진 같은 연주자는 외국에 나가 서방 정상들이나 만났을 때나 언급하는 자랑용인가?

상록수 2020의 메시지
상록수 2020의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에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열린 '2020 문화예술인 신년인사회 및 신년음악회'에서 문화예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우리 문화예술인들의 생활 안정 그리고 창작을 지원하고 복지수준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사회에 큰 기여를 하는 음악을 상황에 맞게 적극 활용해야 하는데 여전히 탁현민, 윤상. 김형석 윤일상 같은 대중음악인이 주를 이루고 있고 클래식 음악인 누구도 이번 정부 들어서 어떤 비중한 역할을 맡지 못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캠페인 기간에도 거리에 울린 후보들의 선거 로고송은 트로트 일색이었다. 어디에도 클래식 음악인들, 클래식 음악은 없다. 예술과 정치적 행동을 통일시키는 목적하에 보편성을 띤 방향을 지향하는 건 현 정부의 기조와 이념에 부합되기 때문에 극소수 마니아, 또는 상대적으로 교육받은 중산층 이상에서 즐긴다는 고급예술 개념의 클래식이 홀대되는 게 이해 안 되는 게 아니다. 정형화된 구성과 단도직입적인 표현 그리고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집단 원형적 갈망은 삶의 내실에 대한 회의가 커질수록 화려하고 장엄한 의식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 연대감을 느끼고 카타르시를 얻는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동작을 하며 모양을 만들어내는 매스 게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행진하는 군대의 열병식, 교회에서의 찬양과 CCM 등을 통해 인간들은 뜨거운 감동과 소속감을 그리고 거기서 오는 전체적인 열망에 휩싸여 하나의 대상을 숭배하고 여러 군상들의 마음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불러온다. 그 자체로 하나의 제의 과정이 된다. 제의적인 몸짓은 우리 몸속 깊숙이 숨겨진 원시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여 집단적으로 도취시키며 이성이나 말로는 억제할 수 없는 열망을 피어오르게 한다. 제의를 통해 부추겨져서 감정이 격앙된 사람들에게 일정한 방향성이나 행동 지침이 주어진다면 그게 바로 종교이며 맹목적인 추종이나 집합된 힘의 전체주의로 변모된다.

스메타나의 교향시 <몰다우>의 유장한 선율, 외적을 퇴치하는 승리의 포성이 울리는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 같은 고금의 클래식 레퍼토리, 6.25전쟁의 비극을 잊고 화합하자는 이승원 작사의 대편성 교성곡 '전쟁 레퀴엠-희망의 불꽃", 통일 한반도의 번영과 희망을 꿈꾸는 김홍국 작사의 <한반도여> 같은 장엄하면서도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현 한국 창작 클래식 레퍼토리 등 역사와 시대정신을 함께 하는 영원불멸의 풍부한 문화유산들이 외면당하고 있다. 다분히 선동적이면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퍼포먼스나 뮤지컬보다는 균형과 견제로서 클래식 음악의 가치와 효용성을 인정하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존중과 관심을 촉구한다. 클래식 음악의 진가를 아는 게 진정한 예술인을 위한 복지정책의 시작이다.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음악인들(대중)의 움직임은 코로나 시대를 겪는 대중들에게 편한 감동과 보편적 애국심과 희열, 힐링을 선사한다. 예전 같은 일상으로의 복귀가 언제 될지 요원한 요즘, 기다림의 반복과 국민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요즘에 '상록수'는 분명 응원이 된다. 인류 모두의 재앙인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나는 목적 하에 작곡되어 한중 예술인들이 합작으로 만들고 부른 <모두의 승리를 위하여> 같은 노래는 어떨까?

이제 우리 클래식 음악인들도 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진지하게 여기고 정치적 행동과 연관시켜 음악의 고립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립합창단, 서울시립교향악단, 대전시립예술단 같은 유관기관의 온라인 공연촬영과 송출은 이번 <상록수> 같은 광범위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대중들은 위의 <상록수>와 아래의 <모두의 승리를 위하여> 어떻게 받아들일까? 도대체 어떤 차이가 있길래 조회수와 관심도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는 걸까? 모든 예술상의 기법이 기법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롭게 해야 한다고 여기고 예술과 정치적 행동을 통일시키려 하였다. 과연 우리가 만드는 음악이 보편성에 부합하며 우리의 사회 공동체 전반에 유용한 것일까? 우리는 단지 우리 시대의 정신적 과제, 즉 모든 사람들이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수행되어야 한다는 예술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만큼만 우리의 음악을 변경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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