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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9] Critique: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Next Stage'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19.09.09 08:22
  • 수정 2019.09.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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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8일 일요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정도를 걷는 차세대 음악인들을 위한 등용문(登龍門)

만 24세에서 34세의 대한민국 국적 소유자, 지휘 전공의 학사 학위 이상 또는 이에 상응하는 경력 소지자로 국한, 3주간의 공모를 통해 차세대 지휘자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인 Next Stage의 2019년 선발자는 현재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재학 중인 김유원이다. 또한 지난 6월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 협연자로 나선 9월 6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Next Stage는 대한민국의 미래 음악계를 이끌 인재들에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라는 국내 정상급 악단을 지휘해보고 같이 연주해보는 현장학습의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예술인들에게 꼭 필요한 신선한 자극(Inspration)과 동기부여(Motivation)로 성장과 발전의 장을 향한 등용문이었다.

협연을 마치고 대기실로 퇴장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협연을 마치고 대기실로 퇴장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

첫 곡으로 연주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아늑하고 포근했다. 음악회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前奏曲)으로 드뷔시를 택한 건 지휘자로서 자신감이요 다양한 색채를 보여주고 싶다는 당찬 자신감의 발로였을 터, 곡이 무르익을수록 선곡에 대한 납득이 되는 안정적이고 유려한 진행이었다. 섬세하게 밸런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었다. 한편의 이야기를 응집력 있고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해주는 스토리텔러였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재현부에서 줄이 끊어졌다. 처음 프레이징부터 김동현의 소리가 시종일관 맑고 시원하면서 피치가 높았는데 그래서였는지 공교롭게도 가장 높은 E현이 끊어진듯했다. 연주회에서 가끔 일어나는 상황인데 김동현은 차분했다.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가다듬었다. 김동현의 나이나 이력, 상황 그리고 구름같이 운집한 관객들 앞에서 놀란 상황을 수습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연주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김동현의 연주로 1악장을 다시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으니 오늘의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도 성장의 거름이 되었을 터다. 그런 상황에서 김동현보다 더 놀라고 당황한 사람들은 김동현을 사랑하는 관객들이었다. 두 손 모아 어머니의 마음으로 기도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런 격려와 응원은 김동현의 행보에 잊지 못할 자양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단순히 악기를 잘 연주한다고 음악인으로 비르투오소가 되는 게 아닌 그런 모든 일상과 무대에서의 경험들이 쌓여 거목이 되는 게 자연의 생리다.

넥스트 스테이지를 통해 선발된 지휘자 김유원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넥스트 스테이지를 통해 선발된 지휘자 김유원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2부의 베토벤은 지휘자로서나 클래식 음악으로서나 정형(Standard)이다. 하이든으로부터의 교향곡 양식이 정점을 이룬 초기 클래식 음악의 구조와 모범답안으로 베토벤 교향곡 2번은 지휘를 공부하는 학생에게나, 작곡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나 필수적인 통과의례다. 드뷔시에서 마음껏 자신을 드러내고 개성을 보인 김유원이 베토벤에서는 파격이나 혁신이 아닌 튼튼한 기초를 토대로 전통적인 베토벤을 들려줬다.

Next Stage 같은 인재 발굴과 기회 제공이라는 사업은 우리나라 창작음악 보급과 활성화를 위해 상주 작곡가를 두고 있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같은 예술의전당 상주 오케스트라 급의 악단만이 할 수 있는 기획으로서 국가의 대계와 선진문화 창출을 위한 동력으로 아주 바람직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과학 사회학의 창시자인 로버트 킹 머튼은 <신약성서>의 '마태복음'에 나오는 "부유한 사람은 점점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라는 문장을 차용해 '이익-우위성의 누적' 메커니즘을 지적하고 '마태 효과'라고 명명하였다. 즉 이미 다른 경로로 검증된 연주자나 단체의 연주는 실제보다 부풀려지거나 확대된 형태로 유리한 상황을 이미 선점하고 대중들의 칭송과 갈채를 받는다는 것이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잠재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일련의 우리나라 미래 음악계를 이끌어갈 영재들과 함께 한 호흡을 하면서 빛을 발하고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는 '넥스트 스테이지' 같은 사업을 한다는 건 매우 의미 있고 고무적인 사업이다. 경쾌하고 우아한 궁정음악 갈랑 양식(Galant style)의 모차르트를 들려준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과 앙코르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라는 자신을 보러 온 청중들에게 남긴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메시지를 남긴 지휘자 김유원. 그들의 Next stage는 어떤 이와 어떤 곡들로 꾸며질지 상상하면서 그 둘의 이름을 기억하고 주목한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차세대 지휘자 발굴 프로젝트 넥스트 스테이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차세대 지휘자 발굴 프로젝트 넥스트 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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