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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윤한로 詩)

서석훈
  • 입력 2012.03.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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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한 로

개미 컨테이너
온종일 앉아
착한 마음 구두를 닦는다
허리 구부려
늦은 밤 맑은 영혼
열쇠를 깎고 도장을 판다
선생이시구나
반백의 흐트러진 머리 치켜들면
카아, 어둠 뚫고 떠오른
인생 한모금 좋더라
푸른 밤 바다
얇은 다리 금방 노 저어 갈지니
삐걱이는 두 짝 잎새 다리여
* 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 하면
내 오른손 그 솜씨도 잊혀져라


* 구약 성경 시편 136장에 나오는 구절

시작 메모
아, 시답지 않은 대학이니 뭐니. 내 일찍 진짜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좁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 진종일 틀어박혀 구두를 닦고 열쇠를 깎고 도장을 팠어야 하는데. 내 진즉 런닝구가 다 헤지도록, 찢어지도록 싸워야 했는데. 이겼어야 하는데. 터덜터덜 늦은 밤 집에 올 때마다 긴 골목 어귀 토막 컨테이너 속 불 밝혀 일을 하는 개미 협회 선생님께 부끄럽다.

작 성 자 : 서석훈 ranade@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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