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이은기 (번역 김정은)
흑막이
눈물지으며
번져오는 빛에게
자리를 내주는 시간.
검은 산 배경으로
검붉고 푸른
태초적으로 온 빛깔들
푸른
창공을 열려는
준비하는 시간.
날 밝아 옴에
대항하는
어둠의 마지막 저항.
머지않아
다시 자기 세상으로
뒤덮혀지리라는
희망으로 자위하는
짧디짧은
지구가 우주와
교감하는 시간.
Dawn
Time
for black screen
to give way to light
spreading with tears.
With black mountain background
dark red and blue
colors that come primally
Time to prepare
to open
blue sky.
Against brightness
of day
last resistance of darkness.
Soon
with hope
that it will be covered
by its own world again
consoling itself
short time that earth
communes with cosmos.
새벽마다 일어나 명상한다는 시인 본인이 최애하는 작품이다. 그 시간으로 귀한 시가 탄생한다. 여명을 이렇게 완벽하게 잘 구사한 시는 드물다. 조선 순조 때 여류 문인 의유당 김 씨의 의유당관북유람일기에 실린 '동명일기' 해돋이 장관에 못지 않다.
'홍색이 거룩하여 붉은 기운이 하늘에 뛰놀더니...'
그 홍색으로 곧 시인의 세계가 뒤덮힌다. 의유당은 말한다 사람이 한번 죽으면 다시 돌아오는 일 없으니 울적함을 푸는 것이 만금에 비겨 바꾸지 못한다고. 이선균의 죽음으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주인공은 말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여명에 해가 뜨면 희망이 온다.
사람이 죽어서도 안 되고 죽어야할 이유도 죽음으로 갚을 것도 없다. 삶의 억울함은 삶에서 풀어야 한다. 나의 정당성은 내 안에 있다. 누군가 대신 풀어주지 않는다. 강건하게 새해를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