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이 흘러가는 곳>
산모퉁이 돌아서니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 쏟아지네
텅 빈 하늘은 자꾸만 넓어지고
구름 사이로 폭정의 아귀들이 질주하고
쉴 곳 찾아 산길을 걷는 발걸음 뗄수록 힘이 빠지네
감당하기 힘든 일들은 쌓여만 가는데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이길 수 있을까
초조한 마음 눈발처럼 흩날리네
확증이 강해지는 편견과 편향이 진실을 묻고 정의를 파괴하네
쫄면 곧 지는 것이라는데 찌든 가슴은 점점 오그라들고
어려움을 이기는 방법은 어려움에 맞서는 거라지만
적당히 타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유혹의 언어들 마구 춤추고
무소유를 강조하는 성자의 말씀 희롱하듯
돈 없으면 별 수 없어 돈 없으면 지는 거야
의심하고 걱정하는 온갖 언어들이 낮달 향해 흩어지네
모였다가 흩어지는 구름 너머 낮달 흘러가는 파란 하늘가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있던 파랑새 한마리
푸드득 낮달 향해 날아오르네
청포장수 기쁘게 할 녹두꽃은 언제 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