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
물길이 막혀 버린 날
구름도 갈 길을 멈추고
새들도 울지 않았다
나는 그 날
어머니가 삶은 가난한 감자 한 알 먹고 있었다
청아하던 강물소리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눈물에 젖은 감자 한덩이 보물처럼 빛났다
물길은 점점 차올라
마당을 묻고 마루를 묻고 마침내 지붕까지 묻었다
묻힘의 아픔이 차올라
가족과 이웃 친구들 모두 울었다
산 목숨은 살아야지
이삿짐 싸는 아버지의 굽은 등 위에
슬픔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떠나는 사람들의 귓가에 뻐꾸기 울음소리 구슬펐다
묻힘의 아픔, 떠남의 슬픔이
먼지나는 신작로에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