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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간이역에서

2023. 07. 01 by 김문영 글지

<간이역에서>

 

정지 신호 무시하며 과속으로 달려온 세월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이승

비둘기호 통일호 정겨운 이름들 역사 속에 묻히고

빨리빨리 점점 빨라져야만 살아남는 세상

세태보다 더 빠른 기차가 생기고 또 생긴다

무궁화호 새마을호도 시들해지고 케이티엑스가 마구 달린다

간이역에서 웅성거리던 사람들도 덩달아 바쁘다

바쁜 기차들 모두 떠나보내고 어쩌다 간이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

바쁜 마음들 서둘러 기차에 오른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열차는 떠나고 철길을 바라보던 눈길을 거두어

충혈된 눈으로 푸른 하늘을 본다

저 하늘은 용서할 수 있을까

민주를 어지럽힌 영점칠삼프로의 잘못된 선택을

검찰독재 정의몰락 역사퇴보 살인물가 민생파탄

미국 꼭두각시 일본 대변인이 되어버린 미친 정권

분노가 끓어념쳐 절망이 마구 춤춘다

버티지 못하는 참혹한 생활이 늘어나고

나 하나 죽으면 고쳐질 수 있을까

숭고한 목숨 희망을 노래하며 스러지는데

살 수 없어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들은 또 그렇게 스러지고

떠나지 못하는 인생들 서럽게 남아 포기에 길들여진다

정차하지 않는 기차가 요란하게 간이역을 통과하면

철길 건너 밭두렁에 개망초꽃 무더기로 피어난다

개망초꽃 무더기 속으로 회오리바람 불고

꽃무더기 속절없이 바람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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