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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내 삶을 시로 엮은, 내 시를 삶으로 엮은

『내 삶은 시』 ‘모개 시절’ (1)

2022. 10. 07 by 윤한로 시인

내 삶은 시


도서관 갔다 오는 사람처럼
벌 버섯 치는 사람처럼
촛불 나가는 사람처럼
아, 씨뱅이 모자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곤

1부  모개(木瓜) 시절 1

우리는 결딴이 났다
심천, 조동, 용산, 황간 이런 데서
산골 국민학교 선생으로 떠돌던 아버지가
선생 노릇 때려치곤 무턱대고 산판에 손을 댔는데
바로 망하고 말았다
어머닌 남의 집 식모를 나가고
형은 다니던 고등학교를 관두자
트럭 조수로 나갔다
열네댓 살 앳된 소녀 누이는 영동 역전에 나가
광주리 머리에 이고
사과니 조기 따위를 팔았다
허구한 날 모개는
악을, 악을 쓰며 울었다
어머니는 젖을 떼려 젖망울에 쓴 금계랍을 칠했는데
모개는 어머니 가슴에 파고들어 그걸 자꾸 빨아댔으니

오,오냐

구멍 숭숭 런닝구에
뱃살 출렁출렁
궁둥이 펑퍼짐한 엄마
뽄때 없던 엄마
아버지보다 두 살이나 더 먹어 남세스럽게시리
금계랍 칠 노랑 젖망울은
아유, 씨워라
툭하면 너 죽고 나 죽자 하여간에
코맹맹이 소리로 징징 울어 쌌다가
어느새 앞니 옹시물곤
오,오냐 두고 보자
팽, 코를 풀어제치는
우리 엄마
부뚜막 슬픔 후룩후룩
잘도 물 말아 먹었는데
한 주먹감도 안 되는 아버지쯤이야
후딱 떠박다질러도 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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