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어이 저기 좀 보라구
집채만 한 떡갈나무 한 그루
대형 트럭 위에 쓰러져 끌려온다
백만 도시 한복판
뿌리 채 뽑혀 가히 장관인 게
가지엔 푸른 잎사귀 가득
떫은 도토리,
요란한 매미 소리 매달았다
아직도 골짜기에 처박힌 드키
온통 아스팔트 쓸면서 오누나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왠지
도살장에 실려가는
소 한 마리 돼지 몇 바리보담
싫여
순교 성인 모냥, 미친 오랑캐 적장의 산발 머리 모냥
오히려 이 도시에
남이 것 훔치고 속이고 등쳐먹는 몹쓸 도둑들, 날라리들, 사기꾼, 딴따라들
죄다 슬풰
그날 슬픈 홍어를 먹을 듯
시작 메모
부요가 슬프고, 저질스런 풍요가 슬프고, 가지고 또 가지고 버리고 만들고, 먹고 토하고 또 먹고, 입고 벗고 다시 입고 찢고, 백만 도시 야만 문화가 역겨워, 언어와 사상과 감정과 느낌과 냄새가 온통 더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