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거기에 가는데
학식이 필요한가
돈이 필요한가
명예가 필요한가
신앙이 필요한가
얼굴이 필요한가
그러나 꼭 한 가지
나
는 필요합디다
허름한 신발에
허름한 잠바에
허름한 주제에
허름한 웃음에
얼뱅이 모자 똥배낭 하나 걸머메곤
아아나같은새끼도거저갑니다요
도서관 가듯, 촛불 나가듯
허름한
황혼에
시작 메모
몇 시간째 폭우가 쏟아진다. 지금 나라는 온통 물을 겪고 있다. 같이 겪어야 할 텐데. 마음도 갈수록 무뎌지고 게으르다. 얼마 전 문학 계간지(시와 산문)에 이 시를 보냈는데, 그만 ‘퇴직에 부쳐’라고 부제를 달았다. 그걸 왜 달았던가. 얼굴 뜨겁다. 너무 한심스럽기도 하고. 내 영혼 아직도 사치와 허영에 찌들었다. 그렇게 노력했건만 나는 멀었다. 그러나 저 개돼지들하고 똑같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