퉤퉤 1
퉤 천구백삼십 년대 지금처럼 그때도
시인 박사 선상님들
애법 먹물깨나 먹었단 이들
퉤퉤 너도 나도 유식한 말
왜말 찌꺼기 좇아 쓸 때
봄봄 산골나그네 만무방 동백꽃
김유정이만큼은 우리말 잘 살려 썼다
비리직직한 총각눔들
새끼 꼬고 산에 낭구하면서
장인님 붕알 잡고 늘어지면서
지게작대기로 대이구 얻어터지면서
까무잡잡한 시골뜨기 가시내들
밭 매면서 빨래하면서 나물 캐면서
머스마들께 여시 떨면서
잡수풀 구렁에다간 냅다 훌치면서
땡전 한 푼 없는 따라지들
흑흑, 땅바닥에서 먹고
땅바닥에서 기고 땅바닥에서 자면서
오갈 데 없어
땅바닥 사랑을 나누면서
웃고 울고 쫑알대고 속삭이고
내뱉던 밑바닥 말 밑바닥 마음
밑바닥 짓거리들 싱싱하게 퍼올렸으니
봐라, 유정이야말로
이 땅에 풀도 새도 나무도
지게작대기 부지깽이하며 돌멩이까라
온통 다 알아듣잖냐
시작 메모
김유정 소설 <만무방>에서 불량배 응칠이가 제 식구와 헤어지는 대목이 나온다. 착실한 농군이던 응칠이는 소작 빚을 갚을 길이 없어 마침내 야반도주하곤 막가는 만무방이 된다. 처음에는 아내와 여기저기 빌어먹으며 근근이 산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둘이 붙어서는 먹고 살 길이 막연하고 어린애마저 어찌될까 서로 갈리기로 한다. 그런데 그게 물방아간 땅바닥에서 나란히 누워 마지막 밤을 보내곤 헤어진다. 김유정은 어떻게 저런 인생도 쓸 수 있나. 이제 이런 땅바닥 인생들 앞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왜 전에 이문구가 말하지 않았나. 김유정 선생이 일찍 죽지만 않았어도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을 탔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