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장론 2
왜 또 느닷없이 떠오르냐
양주탈춤 묵중 녀석들 수작 속에
월려?
라고 막돼먹은 머슴 말 한 마디
이건또뭐여 시방뭐라케소 어쭈
쯤으로 알아먹을란다
아무튼 고릿적 촌구석에서나 쓰던
참으로 귀한 말이라 내 얼마나 반갑더냐
쟁글쟁글하더냐 그래
이희승 이숭녕 신기철신용철형제
국어대백과사전들 샅샅 뒤져도
네이버 다음 구글 다 두들겨도
눈 씻고 밑 씻고 찾아봐도
우리나라 날고 긴다는 시인 작가님들 어떤 시에도
쓴 적 없어라
나를 깨끼리춤 추고 싶게 만드냐
주먹다 봉창을 줴지르게 만드냐
딱 흙텀뱅이 말
아무렴 게 그리 쉽게 나올 리야
옛날 고릿적 머슴들이나 쓰던
순우리말이니깐도르 그러니깐도르
하늬 는개 우듬지 새목이 나빌레라 시나브로 아름따다
따위 이즈음 아름답단 우리말 많찾아 쓴다지만
이것들이 월려, 같잔잖아
사실 등단한 지 34년 만에 낸 내 첫 시집에
다들 좋다고 하는 시
이스라치
열 개 백 개보다 한 트럭보단도
월려! 이 한 마디 훨 이뻐라 좋아라 막돼먹었에라
우리 동네에도 무슨 고월려 씨라고 있쟈
아마 그 옛날 태어날 때 얼굴이나 울음소리
영락없이 고추라 허나 나중 보니 여자아이라설라무네
얼마나 섭섭했는지 월려?
하고 나서 곧 대강 그 이름자라 지었겠다
정말 좋은 이름인데 젠장
시작 메모
임방울 <토끼타령>을 보면 엄청 재미있고 구수하고 통쾌하다. 우리 아랫것들 말이 이렇게 아름답고 기쁘고 통렬하고 슬플 수 있냐 말이다. 서양 번역문 조작 같은 요즘 개돼지 시, 소설 읽다간 머리를 쥐어짜며 짜증을 많이 냈는데, 저 방울 성님 글발은 모든 것 대번에 다 빨려 들어오니, 월려? 먹고 자고 마시고 싸고 뺏기고 굶고 맞고 개기던 쌍놈들 천한 마음 끝내주더라. 살아 숨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