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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60. 우리 문장론 2

2022. 06. 29 by 윤한로 시인

우리 문장론 2

 

 

왜 또 느닷없이 떠오르냐

양주탈춤 묵중 녀석들 수작 속에

월려?

라고 막돼먹은 머슴 말 한 마디

이건또뭐여 시방뭐라케소 어쭈

쯤으로 알아먹을란다

아무튼 고릿적 촌구석에서나 쓰던

참으로 귀한 말이라 내 얼마나 반갑더냐

쟁글쟁글하더냐 그래

이희승 이숭녕 신기철신용철형제

국어대백과사전들 샅샅 뒤져도

네이버 다음 구글 다 두들겨도

눈 씻고 밑 씻고 찾아봐도

우리나라 날고 긴다는 시인 작가님들 어떤 시에도

쓴 적 없어라

나를 깨끼리춤 추고 싶게 만드냐

주먹다 봉창을 줴지르게 만드냐

딱 흙텀뱅이 말

아무렴 게 그리 쉽게 나올 리야

옛날 고릿적 머슴들이나 쓰던

순우리말이니깐도르 그러니깐도르

하늬 는개 우듬지 새목이 나빌레라 시나브로 아름따다

따위 이즈음 아름답단 우리말 많찾아 쓴다지만

이것들이 월려, 같잔잖아

사실 등단한 지 34년 만에 낸 내 첫 시집에

다들 좋다고 하는 시

이스라치

열 개 백 개보다 한 트럭보단도

월려! 이 한 마디 훨 이뻐라 좋아라 막돼먹었에라

우리 동네에도 무슨 고월려 씨라고 있쟈

아마 그 옛날 태어날 때 얼굴이나 울음소리

영락없이 고추라 허나 나중 보니 여자아이라설라무네

얼마나 섭섭했는지 월려?

하고 나서 곧 대강 그 이름자라 지었겠다

정말 좋은 이름인데 젠장

 

 


시작 메모

임방울 <토끼타령>을 보면 엄청 재미있고 구수하고 통쾌하다. 우리 아랫것들 말이 이렇게 아름답고 기쁘고 통렬하고 슬플 수 있냐 말이다. 서양 번역문 조작 같은 요즘 개돼지 시, 소설 읽다간 머리를 쥐어짜며 짜증을 많이 냈는데, 저 방울 성님 글발은 모든 것 대번에 다 빨려 들어오니, 월려먹고 자고 마시고 싸고 뺏기고 굶고 맞고 개기던 쌍놈들 천한 마음 끝내주더라. 살아 숨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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