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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57

2022. 06. 08 by 윤한로 시인

남부호프 화장실

 

 

감룡아 승호야 꿀꿀한가

소맥으로 입가심을 하더니, 82 둘한테

엮였다 이제 늙고 지친 애들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애들 혼자 사는 애들

절은 아몬드 땅콩 몇 알

싸운다 씹는다(아작낸다)

마치 보석 알이나 되듯

어떻게? 잘 나가나?

어딘가 멀리 끌려갔다 온 것 같은

녹은 눈, 들면 바짝 쫄아라 나

아무데도 끌려가 본 적 없어

그 마음 모르지만 눈빛만은 잘 알지 이윽고

꼬장을 피운다

저 시대의 아픔이 흘리고 간 머나먼 학번들

한때 시를 쓰고 운동을 하고

밥 먹듯 합숙을 했었지

꼬장 버겁기 이루 말할 수 없으매

좀 됐군, 짐짓 비척 걸어

주방 옆 녹슨 화장실 철문을 밀친다

고무대야 고사리 소쿠리 따위를 건너뛰어

두세 번 꺾어 오르는 층계참

절묘하요! 남부정육식당 남부호프 남부커피다방

이렇게 한 화장실로 통할 줄이야

사다리꼴 구조의 긴 끝이여

방금 누군가 꽂아 놓고 간 키가 애법, 뜨듯하다

지긋지긋하고녀 그래, 녀석들 이제 홀로 남아

더욱 아파야 하리니 흐느적거려야 하리니

그러려면 난 이쯤 조용 꺼져 줘야 되잖겠나

해서, 수돗물에 머리를 빤다

 

 


시작 메모

최루탄 냄새 노가리 냄새 쉰 막걸리 냄새. 텁지근한 여자 후배 머리카락 냄새, 뉘리끼리, 팔십년 대 얼룩진 런닝구여, 방바닥도 닦고 홀로이 깊은 밤, 잡아당겨 얼룩 눈물도 훔치고 찌그리는 동시 한 편이여, 어릴 적 앉은뱅이꽃 절름발이 형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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