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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로 시]

『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53

2022. 05. 06 by 윤한로 시인

시 도깨비

 

 

홍두깨니 신발짝이니 빗자루니 고무래니

몇십 년 묵으면

사람 마음 백히고

욕심 백히고 때도 묻어

도깨비가 된다던데

밤중만치 괜 사람 홀리고

방구들장 뽑아 던지고

밥숟가락이며 솥뚜껑이며 요강단지며

동당이치며 심술부린다던데

 

글이니 시니 이런 것들도

몇십 년 깔짝거리다 보면

웬 기쁨에 슬픔에 아픔에 눈물에 콧물에

절망까지 쪽쪽 다 빨아먹어 마침내

즤 시가 저한테

씨름하자 들고 홀리려 들고

밤새 쿵쾅거리며 깨부수고 흐트러뜨리고 그러단

산내끼로 칭칭 묶듯 묶어 놓곤

 

노래시키고 얘기시키고

난장판을 치는 데야

도깨비보다 더하면 더했지

퉷퉤,

빗자루니 똥막대기보담도 별것 아닌 주제련만

 

 

시작 메모

아직도 희희낙락 시를 쓴다는 건, 노래한다는 건, 씨부린다는 건 수치다, 오욕이다, 굴종이다, 봄이 왔다. 이제 봄도 개돼지봄 쑥도 개돼지쑥 개돼지앵두 개돼지자두 개돼지매화 온통 개돼지개나리 개돼지진달래 개돼지산수유도 지나고 개돼지이팝 개돼지 조팝 개돼지둥근잎꿩에비름 개돼지노루오줌까지, 내 시 분교마을의 봄또한 개돼지분교마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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