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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빙벽과 물줄기

2022. 04. 05 by 김문영 글지

<빙벽과 물줄기>

 

참혹한 추위 속에서 부풀어 오르고 올라 터질 것같던 빙벽

손만 대면 쨍그랑 깨질 것처럼 팽팽하더니

산들산들 봄바람 나긋나긋 따뜻해지는 햇살에

긴장 끈 놓으며 마구 녹는다

계곡 바위에 기대어 영원히 꽁꽁 단단하게 버틸 것같던 빙벽

달려오는 봄의 아우성에 놀라

방울방울 눈물 흘리더니 어느새 쪼르륵쪼르륵 물줄기로 변하는구나

부정한 권력이 거짓으로 사실을 은폐하고 진실과 정의를 짓누르는 동안에도

햇살과 바람은 뜨거워져 빙벽을 녹인다

누구의 죄는 먼지처럼 가벼워도 천근만근 무거운 처벌을 받고

누구의 죄는 엄중한데도 깃털처럼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무죄가 되는 세상

빙벽 녹아 물줄기는 거세지고

시냇물을 사모하고 강물을 그리워하며 마침내 바다를 꿈꾼다

빙벽은 허물어져 작은 얼음덩이로 존재할 때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사력을 다하는 삶들의 고된 시간

사기가 사기를 집어삼키고 또 다른 사기가 먹이를 찾을 때

승리를 위해 내달리던 삶들이 갑들의 횡포에 걸려 넘어지고

양극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한쪽 극단에 매달린 인생들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허공에 흩어진다

하소연도 못해 벙어리 냉가슴 앓는 어느 삶은

추락하기 좋은 절벽에 자꾸 눈독을 들이고

물흐르듯 물은 흘러야 하는데

철썩철썩 계곡에 부서지는 물길은 몹시도 고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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