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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영 비시 詩帖]

갈등 언어 주의보

2022. 03. 30 by 김문영 글지

<갈등 언어 주의보>

 

제주 4.3 민중항쟁 이후 '빨갱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이 단어는 온갖 진실과 정의를 덮었다

우리 속의 적을 만들어냈다

선량한 사람을 적으로 둔갑시키며 갈등을 키웠다

인격 말살의 대표 언어로 자리잡았다

갈등의 언어들이 마구 생겨나기 시작했다

보수와 진보

좌와 우

극좌와 극우

노와 사

나의 일과 너의 일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촛불과 가짜 태극기

종북좌파와 수구꼴통

세대와 세대

남과 여

페미니즘과 남성우월주의

구세대와 신세대

꼰대와 철부지

개인과 공동체

군부독재와 검찰독재

곳곳 구석구석 갈등의 언어들이 춤춘다

때로 경계 구분짓기 힘는 언어들까지 가세하여

갈등은 더욱 커지는데

적폐에 기생하여 생존하는 언론들이

오염된 언어를 양산하고 가짜뉴스를 만들고

반란의 언어들은 마구 춤춘다

새로운 갈등을 요구하는 언어들이 만들어지는 나라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닌

안타까운 시간 하염없이 흐르네

백마타고 오는 초인은 보이지 않고

위대한 촛불 시민 명예혁명은 미완으로 팽개쳐지고

역사를 환하게 밝힐 촛불의 꿈도 좌초된다

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시름만 커지고

식은 땀 줄줄 흐르는 축축한 봄밤

갈등 언어들에 대한 주의보가 발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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