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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의 세상만사]

이 한 권의 책: 호모사피엔스씨의 위험한 고민

2022. 03. 03 by 성용원 작곡가

‘Today’s Reader Tomorrow’s Leader’의 약자 TRTL는 한국외대의 독서토론 교과 수업이다. 여기 선정도서 중의 한 권이 메디치미디어에서 출판한 <호포사피엔스씨의 위험한 고민>으로 2016 서울 교육청 <독, 토, 樂>의 독서토론 지정책이기도 하다. '미래 과학이 답하는 8가지 윤리적 질문'이란 부제답게 '과학과 휴머니즘의 해후', '왜 과학기술의 시대에 인문학인가', '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과학의 미래'라는 세 가지 개념을 가지고 시작한 고민을 여덟 저자의 시각으로 한 가지씩 풀어간다. 8명의 각기 다른 배경(의학, 천문학, 생화학, 형사사법학, 물리학>을 가진 전문가가 미래 과학과 윤리에 대한 생각을 쓴 책. 그런데 예술은 왜 안 끼워줬지????

메디치에서 출간한 호모 사피엔스씨의 위험한 고민

모든 섹션들이 흥미진진하지만 3장의 <안드로이드 하녀를 발로 차는 건 잔인한가?>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떠올랐다. 작년 2021년 10월 2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에서 재난 대응용 로봇개를 출품한 한 국내 업체의 부스에서 이재명 후보가 로봇개를 벌쩍 들어 올려 뒤집어버린 행위에 대해 과격하고 비인간적이라는 로봇 학대라는 논란이 상기되었다. 세계 3대 SF 거장으로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Isaak Yudovich Ozimov)의 1941년 소설 <아이, 로봇>에서 제시한 로봇 3원칙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과학자, 의사, 심리학자, 변호사 등 각계 인사 12명이 모여 로봇윤리협의체를 구성하여 '로봇윤리헌장초안"을 2007년에 발표하더니 2017년 2월에는 EU에서 인공지능 로봇에게 전자 인간의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결의안까지 통과시켰다고 하는데.....

로봇학대 논란을 불러웠던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시연

4장의 <빅브라더와 리틀시스터의 감시탑>은 민심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 때문에 안 그래도 열받고 괴리감이 심했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준 촉매제였고 5장의 <메르스의 승리와 미래 한국 의료의 위기>는 역병이 도래한지 2년이 넘어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감염병과의 공존에 코로나 보다 먼저 찾아왔던 메르스 위기를 되돌아보고 현재의 방역지침과 대응에 대해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는 장이었다. 7장의 <원자력에 대한 집착과 에너지 독립>은 갑작스레 임기 말에 원전에 대한 정책과 노선을 바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혼란스럽다. 그렇게 탈원전을 부르짖고 태양광 사업에 투자해서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조건이 까다로운데 태양광 설치와 투자, 설비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더니 갑작스레 임기 종료 1-2달여를 남겨두고 원전에 주력하라고 주문하니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책장에 꽂혀 있는 호모 사피엔스씨의 위험한 고민

이 중에 가장 인상 깊고 깊이 있던 챕터는 무엇보다 2장의 <과학과 휴머니즘의 해후>(이명현)였다. 19세기의 프로이센에서 근대 시민 육성을 위해 행해졌던 게 현대 교육의 시초며 프로이센이 독일 통일을 이룬 병영 국가였던 걸 아는가! 군국주의, 전체주의 모델이며 한 반에 콩나물시루같이 빳빳이 몰아넣고 같은 시간에 같은 걸 동시다발적으로 배우고 가르쳤던 게 지금의 학교의 모태인데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히 문과와 이과(그것도 일제의 잔재)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을 통해 기계화되고 위에서 하라는 대로 순종하는 인간만 길러낸다면 기술만 존재하고 그 기술을 윤택하게 사용해야 할 인간의 존재는 사라져 버릴 테니 말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과학기술을 인문학, 즉 핵심 교양에 융합시켜야 한다. 그게 발로 종으로서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 충성을 다하는 자연과 지구, 과학과 인간이 공존해서 사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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