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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몽키 키우기]

詩몽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식사를 주어야 합니다. 내면에 자라는 씨몽키가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 바다로 향할 수 있도록.

[詩몽키 키우기] 붉은 달

2021. 01. 18 by 안소랑 전문 기자

 

 

 

 

 

불살라야 하는 둥지들

안타까운 질서

케익으로 유지되는 식구

피아노 건반 위에 올려놓은 공깃돌

유일한 장난감

아무런 무게가 없는 누군가의 고름

반복적으로 멸시되는 믿음

날짜가 다가올수록 산책이 잦은 옆집 아이

미세한 가난이 힘든 줄 모르는 개

잊을 수 없는 지네 우는 소리

매일 같이 지진, 그리고 여진

거꾸로 도는 법을 알아버린 나사

튕겨져 가는 힘을 감수하는 바닥

잘게 부서지는 모래

곱게 빻아서 다시 태어나고 싶지만

눈물 만이 가능한,

헤아릴 수 없는 빈 벽돌 자리들

근방에 뿌려진 오줌 자국

지붕이 내려앉은 순서

내가 참을 수 없는 것

무수한 망치질이 아닌 지겨운 일출

절벽에서 나누는 저녁식사

오늘의 반찬은 잘게 빻은 쪽잠들

쿨쿨

영원에 대한 설화를 들려주는 달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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