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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詩笑 시소]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코로나 블루에 빠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죠. 그 힘은 무엇일까요? 바로 침묵, 침묵이 하는 일에 동참하실래요?

[마혜경의 시소 詩笑] 침묵이 하는 일

2020. 08. 24 by 마혜경 시인

 

침묵이 하는 일

- 마 혜 경

 

수원 영통구 단오어린이공원에 있는

33.4m 높이의 느티나무

지난여름 장맛비에 허리가 부러져 속살이 드러났다

시청 직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돌아갔다

 

아이들이 모여 술래잡기를 한다

텅 빈 공간 바람이 문병을 오고

햇살이 조용히 왕진을 다녀간 뒤


저기 저 눈에 띄지 않는, 그늘진 곳

초록 가지가 오백 년의 손가락을 펴고.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멀리서 보는 사람들은

생살 찢긴 가지 한쪽을 보며

혀를 차다가

제 머리나 가슴을 쓸어보고


그 누구도 상처에 다가가

말 걸지 않았다

 

얼마 뒤에 사람들이 와서

시멘트로 사이를 메우고 억지로 받침대를 세운 뒤

나무는 하늘을 다시 보고 섰다

입이 없어져 말을 할 수 없었다

 

출처 -경인일보
출처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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