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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is 뭔들]

기다리지 말아요

원치 않는 여행

2021. 05. 31 by 김정은 전문 기자
칼레의 시민(사진=네이버 갈무리)
                             칼레의 시민(사진=네이버 갈무리)

 

원치 않는 여행

 

원치 않는 여행이었어

아무도 떠밀지 않지만

가야만 했지

길은 하루씩 멀어지고

원하는 건 닿지 못했어

돌아올 이유도 없지만

남을 이유도 없지

하나의 영혼은 그곳에 남겨두고

지친 영혼은 고향에 왔지

떠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까

항상 묻지만 답은 없어

결국 아무것도 없어도

결국 떠났을 거야

이렇게 올 줄 모르고

모른 채 즐거웠을 거야

같은 하늘에 네가 없어

알고 있지만 네가 없어

다음 세상엔 아무도 모르는

그곳에 혼자 떠날래

돌아온 것도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나 혼자 멀리 떠날래

원치 않는 여행이겠지만

모두 그렇게들 떠나

외로울 일도 아쉬울 일도

모두들 그렇게 떠나

우리도 떠나

 

윤종신의 기다리지 말아요를 들으니 내 여행과 비슷해서 시를 썼다. 뮤비의 바닷가 모래 역풍 멋지다. 허름한 옷차림도 배낭 메고 들고, 공항에 혼자 뜨고 내리는 비행기 보는 모습이 너무 나랑 똑같다. 집도 스위스 머물던 집 모양이랑 비슷하고. 칼레로 떠나는 여정이다.

'칼레의 시민'이라는 로댕 작품이 있다. 한국에 조각이 들어와서 봤는데 백년 전쟁 때 영국 왕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칼레에 처들어와 시민들이 살려달라 하자 그럼 6명의 목숨을 내놓으면 도시를 치지 않겠다고 해서 자원한 시민들이다. 누구는 머리가 크고 누구는 발이 크게 조각했다고. 내 생각엔 머리 큰 사람은 이성적인 사람일 거고 발 큰 사람은 행동력 있는 사람일 거 같다.

영국 왕의 아내가 자발적 죽음에 감동해서 왕에게 내 뱃속에 당신의 아들이 있는데 저들을 죽이면 아들에게 안 좋을 거 같다고 죽이지 말아달라 애원해서 모두 살았다. 

우리는 모두 '칼레의 시민'이 될 용기가 없다. 그리고 누구를 칼레의 시민으로 단두대에 떠밀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평화 속에 삶 속에 행복한 인생을 맞아야 한다. 누구를 향한 검의 날은 다음 날 우리에게 겨눠진다. 죽음을 각오한 용기도 대단하지만 힘을 가진 왕의 죽음을 거두는 용기도 대단한 거다. 내려놓음으로써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날 수 있다. 삶은 기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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