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여행
원치 않는 여행이었어
아무도 떠밀지 않지만
가야만 했지
길은 하루씩 멀어지고
원하는 건 닿지 못했어
돌아올 이유도 없지만
남을 이유도 없지
하나의 영혼은 그곳에 남겨두고
지친 영혼은 고향에 왔지
떠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까
항상 묻지만 답은 없어
결국 아무것도 없어도
결국 떠났을 거야
이렇게 올 줄 모르고
모른 채 즐거웠을 거야
같은 하늘에 네가 없어
알고 있지만 네가 없어
다음 세상엔 아무도 모르는
그곳에 혼자 떠날래
돌아온 것도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나 혼자 멀리 떠날래
원치 않는 여행이겠지만
모두 그렇게들 떠나
외로울 일도 아쉬울 일도
모두들 그렇게 떠나
우리도 떠나
윤종신의 기다리지 말아요를 들으니 내 여행과 비슷해서 시를 썼다. 뮤비의 바닷가 모래 역풍 멋지다. 허름한 옷차림도 배낭 메고 들고, 공항에 혼자 뜨고 내리는 비행기 보는 모습이 너무 나랑 똑같다. 집도 스위스 머물던 집 모양이랑 비슷하고. 칼레로 떠나는 여정이다.
'칼레의 시민'이라는 로댕 작품이 있다. 한국에 조각이 들어와서 봤는데 백년 전쟁 때 영국 왕 에드워드 3세가 프랑스 칼레에 처들어와 시민들이 살려달라 하자 그럼 6명의 목숨을 내놓으면 도시를 치지 않겠다고 해서 자원한 시민들이다. 누구는 머리가 크고 누구는 발이 크게 조각했다고. 내 생각엔 머리 큰 사람은 이성적인 사람일 거고 발 큰 사람은 행동력 있는 사람일 거 같다.
영국 왕의 아내가 자발적 죽음에 감동해서 왕에게 내 뱃속에 당신의 아들이 있는데 저들을 죽이면 아들에게 안 좋을 거 같다고 죽이지 말아달라 애원해서 모두 살았다.
우리는 모두 '칼레의 시민'이 될 용기가 없다. 그리고 누구를 칼레의 시민으로 단두대에 떠밀지도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평화 속에 삶 속에 행복한 인생을 맞아야 한다. 누구를 향한 검의 날은 다음 날 우리에게 겨눠진다. 죽음을 각오한 용기도 대단하지만 힘을 가진 왕의 죽음을 거두는 용기도 대단한 거다. 내려놓음으로써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날 수 있다. 삶은 기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