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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is 뭔들]

차성환 시인

2021. 05. 27 by 김정은 전문 기자

 

                                                                 

 

                                                                            차성환

 

 

    차가운 비가 내리는 환한 대낮에 빗줄기가 아스팔트와 건물과 우산을 때리고 있다고 생각했고 갑자기 방안은 어두워지고 사람들이 비를 피하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서둘러 창문을 열어 비 오는 풍경을 보려 했지만 실제로 바깥에는 비가 오지 않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고 비가 아니 온다는 사실 때문에 간신히 조금이나마 들뜬 나를 실망시키기 싫었으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기를 조금이라도 무엇이 움직이기를 바랐고 사실 비가 아니 올 수도 있고 환청을 들은 것일 수도 있기에 설령 비가 아니 오더라도 비가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조금 더 견딜 수 있어서 비 오는 것을 확인하고 그냥 비가 오는구나 싶은 거밖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까 봐 나는 하루 종일 방안에 누워서 오늘은 비가 온다고 생각했다

 

차성환 시인의 시는 박목월 시인의 시풍을 이어받았다. 정통 후계자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강단에 서고 있다. 상실을 주제로 시를 많이 썼고 최근 나온 신작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 

비가 온다 아니 비가 오지 않는다 비가 오길 바란다 아니 비가 오지 않길 바란다 내가 바라는 건 비인지 비가 아닌지 알 수 없다

비오는 오늘 가장 잘 어울리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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