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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is 뭔들]

제망매가 누이 판

그곳은 어때

2021. 02. 26 by 김정은 전문 기자

 

그곳은 어때

 

오빠,

 

오빠가 간 지도 몇 년이 지났네

방학마다 시골에 가면

고모부는 소나무와 솔방울로 학을 만들어 주고

동생은 내 구두가 이쁘다고 신어보기도 하고

오빠, 언니, 동생들과 항상 재미있었지

 

겨울에 물 빠진 연못은 얼음 언덕이 되어

네모난 얼음 썰매를 내게 태워 주었지

어린 내가 떨어질까 봐 꼭 안고 타다

얼음이 나가 떨어지고 오빠랑 나랑 엉덩방아 찧고

물에 다 젖은 바지를 입고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지

 

전경대 활동으로 서울로 올라와

우리가 걔네들 다 안 막나

오빠도 대학생이면서 학생들 막은 걸

자랑스러워하던 순진한 오빠

무뚝뚝한 친오빠에 비해 착했던 사촌오빠가

진짜 내 오빠였음 좋겠다고 생각했어

 

사실은 오빠가 죽기 며칠 전 꿈을 꿨어

팔이 잘리는 꿈

찾아보니 형제가 죽는 꿈이더라

그래서 우리 형제에게 조심하라고 했지

그런데 갑자기 오빠 소식을 들었어

 

커서는 연락 없던 오빠에게

그 얘길 해줬음 어땠을까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마음이 아팠어

오늘은 오빠 생각에 많이 울었어

그곳은 어때, 얼음처럼 차가워

아님 따뜻하고 포근해?

 

오빠의 맘처럼 좋은 곳이라 생각해

그렇지?

오빠는 어느 곳에 있어도 좋은 사람이야

하늘이 착한 사람을 먼저 데려간다는 변명도

듣고 싶지 않아

 

아가였던 나를 안아줬던 마음처럼

내 마음에도 오빠를 담아둘게

가끔은 꺼내서 기억할게

그러니 외로워하지 마

오빠가 내 오빠여서 좋았어

오래 못 만났지만 고향 같은 푸근함이 좋았어

 

같이 늙으면서 옛날 얘기도 하고 그랬을 텐데 말야

여전히 오빠는 나를 지켜준다 생각해

여기서나 하늘에서나

언젠가 다시 만날 때 우리 얼음 썰매 한번 더 타자

그렇게 좋은 날 다시 만나자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오빠랑

그때까지 그곳에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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