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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의 시작 #3] 이들에게도 신성한 의무가 부여됐겠지만

이용준
  • 입력 2017.09.11 00:00
  • 수정 2021.12.16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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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무언가 대단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합숙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이도 세상의 일부라면 이들에게도 신성한 의무가 부여됐겠지만,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흘러들어 왔을까. 무엇을 위해서?

3. 첫 번째 날

「딩동딩동」
어디에선가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10년 동안 학교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소리였지만 이상하리만치 낯설다. 삶을 막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 온 몸을 휘감았다.
자는 동안 누군가가 왔었던 것일까. 침대 옆에 놓여있는 휴대용 치약과 칫솔, 이라고 적혀있는 푸른색 수건 두 장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그 의사가 와서 이런 것들을 놓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밖은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창가 왼쪽 끝 너머에 위치한 가로등의 노란색 빛은 한낮의 태양 빛도 들어오지 못한 방 가장 구석의 내 침대까지 손을 뻗쳤다.
마침 그때 한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왔다. 특별한 환상 때문에 모든 간호사가 똑같아 보일 수 있었겠지만, 낮에 만났던 그 간호사는 아닌 것 같다. 전쟁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촌스러운 간호복에 삼각 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그런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녀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착해 보인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선한 것이 아름다울 수는 있어도 아름다운 것이 선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예쁘다고, 선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적일까, 비정상적일까. 모든 것이 다시 복잡해진다.
“안녕? 오늘 새로 왔지? 이름이… 준이네. 방금 전에 얘기 들었어. 아까 소란을 피웠다며? 난 수정이라고 해. 누나라고 불러도 좋아. 아무튼 앞으로 잘 지내보자.”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말은 지금 상황보다 더욱 낯설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은 간호사의 얼굴을 보니 분주하던 생각들이 천천히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단발머리에 옅은 화장을 한 얼굴, 순진해 보이는 얼굴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다. 혈압검사 외에 몇 가지 검사를 간단히 마친 후 간호사는 마치 오래 전부터 했어야 할 말이 지금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녁 식사를 알린 종소리야. 이제 가서 식사해도 좋아. 자, 내가 안내해 줄게.”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일까? 누구나 처음엔 타인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자신의 몸과 정신을 그럴싸하게 위장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한다. 하나의 관계는 늘 다른 하나의 관계를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사랑이나 관심, 배려 심지어 자기 포기도 어쩔 수 없다. 연인 간에는 길어야 200일, 부부는 3년, 성장한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는 이미 끝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관계의 유효 기간 동안에만 서로에게 충실하면 되는 것, 그것은 이제 하나의 미덕이다.
“준이는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
“그냥… 별로 할 말이 없으니까요.”
‘생각만으로도 충분해요.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해서 입으로 내뱉는 것이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당신과는 일정 기간을 신뢰하고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입을 열겠어요. 날 실망시키지는 말아요’ 라고 말하기에는 식당까지의 거리가 너무나 짧았다. 휴게실로 나 있는 네 개의 복도 가운데 한 곳을 지나가자 식당이 나타났다. 식당은 꽤 커 보였는데 배식을 하는 터에 긴 줄이 식당 입구까지 늘어져 있었다.
“저녁 맛있게 먹고 있다가 보자.”
“고마워요.”
긴 줄의 맨 마지막에 서서 배식을 기다리자 앞줄에 서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마치 먼 타지에서 전학 온 경험을 하는 듯하다. 일반병원에서는 끼니때마다 병실까지 식사를 날라주는데 여기는 식사하는 방법부터가 달랐다. 하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아니니까. 아니면 이렇게라도 운동을 시키려는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칫 운동 부족으로 몸마저 아프게 된다면 이 병동을 나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테니까.
한 줄로 선 사람들은 배식판에 밥을 받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들이 하는 모습 그대로 밥을 받아 들고는 아무도 없는 구석진 테이블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간단한 야채와 소시지 볶음, 김치 그리고 닭고기가 들어간 희멀건 국이 전부였다. 생각보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국에서 나는 냄새가 무척이나 비렸고 밥은 푸석푸석하고 오래된 냄새까지 났다.
오늘은 오전 늦게 집에서 국수를 먹은 것이 전부였다.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밥은 시간을 아낄 수도 있겠지만 남은 하루를 애매하게 만들곤 한다. 내가 지금 이 곳에 있는 이유가 혹 그 때문이 아닐까.
국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데 욕설과 함께 싸우는 소리가 반대편 테이블에서 들렸다. 눈이 마주쳤던 또래 여자애가 중년 여자에게 머리채를 잡혔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욕을 퍼붓고 있었는데 머리가 헝클어진 중년 여자는 손톱을 올려 세우고는 여자애의 얼굴을 할퀴기 시작했다.
“아악! 손 놔, 안 놔? 너 죽을래?”
“야, 이 쌍년아! 어디서 반말이야!”
식당은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주변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나이 많은 노인 몇 명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30대 중반의 남자는 구석에서 울기 시작했다. 잠시 뒤 호출을 받았는지 하얀색 간호복을 입은 남자직원 두 명이 달려와 그 둘을 떼어놓았다.
“미친년, 곱게 밥이나 처먹어! 나이는 처먹고 미쳐서 지랄이야. 재수 없어. 퉤.”
병실로 끌려가는 중년 여자에게 그 여자애는 계속 욕을 해댔다. 탁구대 앞에서 봤던 다른 여자애와 남자도 옆에서 함께 욕을 했다. 중년 여자가 끌려 나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그들은 엎질러진 식판을 치우고는 자리를 옮겨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싸움이 있는 동안 주변 사람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또래는 그 세 명이 전부였다.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30~40대로 보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노인들도 몇 명 있었다. 누군가의 엄마, 아빠일 텐데 아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같이 미치진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마치 무언가 대단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합숙 생활을 하는 것 같았다. 이도 세상의 일부라면 이들에게도 신성한 의무가 부여됐겠지만,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흘러들어 왔을까. 무엇을 위해서?
배가 고팠지만 비린 닭 냄새와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반도 못 먹었다. 텔레비전이 있는 휴게실로 갔다. 벌써 7시가 넘었는지 저녁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요즘 많은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자살로 소중한 목숨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 가정의 불화로 인한 우울증의 영향이 큰데요, 우울증이 심하면 극단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폭력적이 되거나 가출하기도 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다분히 안고 살아갑니다. 오늘 분당의 모 정신병원에 입원한 한 청소년은 우울증에 빠진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우울증은 우리 생활에 만연해 있어 쉽게 알기 어렵고 파장은 심각합니다. 가정과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할 때입니다.”
내가 정신병원에 온 것이 혹시 뉴스에 나오는 것은 아닐까. 정신병원에서 소란을 피운 것이 카메라에 찍혔고,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가 된 채 저녁 뉴스에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친절한 뉴스는 늘 사회 분위기를 이런 식으로 매도해 소식을 전한다. 함께 사는 가족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뉴스를 그대로 믿으면서 살인자를 살인자로만, 정신병자를 정신병자로만 치부한다.
뉴스는 모든 연령대가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대부분 어린 아이들은 천성적으로 뉴스를 싫어한다. 알지 못하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등장하거나 흥미진진한 만화가 아니기 때문은 아니다. 아직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았고 뉴스의 필요성을 무시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가장 싫어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뉴스’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뉴스란 것은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이고 흥미로우며 여러 장르가 섞인 또 다른 영화란 것을 알게 되었기에 그 이후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뉴스를 찾아보게 됐다.
오늘 뉴스의 헤드라인은 김영삼 대통령의 미국 방문소식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나누는 장면에서 대통령은 왜소해 보였다. 그 외에도 태풍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홍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매년 반복되는 소식, 이성간 성관계로 미국 십대 소녀들의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률이 2년 전에 대비해 117% 대비 증가했다는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정신병원에 앉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고 들을 수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이곳은 이미 세상과 차단되어 있거나 혹은 차원이 다른 세계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계속 외부 소식들에 민감해져야 한다는 강박감이 들었다. 언젠가 이곳을 나가더라도 기억만 지워진다면, 불편함이나 걱정 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 우리의 마음은… 어떤 깊은 기… 기쁨으로 충마안 해질 때가 있다. 그, 그래 그런 것 같아. 그… 그러나 우리는 그 순간 그 기… 기쁜 감정의 이유나 그 기쁨에 관… 관여한 대상에 대하여 부… 분명치 않게, 다… 당분간 막연히 알 수밖에 없다. 무… 무슨 말이야… 그… 러나 우… 우리가 그것에… 기…쁨을 말하는 것인가? 주목을 하고 예리… 예리하게 숙… 숙고해 보면, 그것은 분명하게 된다. 그… 그 말이 그 말 가… 튼데… 그리하여 전에는 우리에게 희… 희미했던 기쁨의 대상을… 기… 기쁨의 대상을… 이제는 확실하게 지… 지칭할 수 있으며 부,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고, 휴우, 우리를 기쁨으로 충… 추웅만하게 하는 그것이 무엇이며 어… 어떤 것인지 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마… 말할 수 이… 있는 것이다. 그… 그… 그러면 우리는 그러한 대… 상이 비록 비로옥 희미한 것이었고 다, 당분간 분명한 개념으로는 주어지지 않고 개, 개념으로는 주… 주어지지 않고 가… 감정으로만 주어졌다 하더… 더라도 그… 그것을 더 이상 비합리적인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비… 합리. 비합리적인 것으로 가, 간주하지 않는다.”

휴게실 한쪽 구석에서 책을 있던 30대 중반 남자의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성적인 난독증 때문인지, 책의 내용이 어려워서 그런지 매우 천천히 그리고 반복해서 글을 읽었다. 물론 그가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준이 학생이지? 반가워. 나는 여기 수간호사야.”
마흔은 넘어 보이는 간호사가 말을 건 것은 그때였다. 깡마른 얼굴에는 잡티가 많았지만 화장으로도 가릴 생각을 하지 않아 다른 환자가 장난을 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바빠서 내일이나 오실 거야. 낮에 소동을 일으켰다며? 여기서는 무조건 조용히 있어야 해. 내일 부모님께서 오실 테니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금 말하면 전해줄게.”
“일기장으로 쓸 노트하고 펜이 필요해요. 읽을 책 몇 권하고요.”
“무슨 책을 가지고 오라고 할까?”
그러나 딱히 읽고 싶은 책들의 제목이 생각나질 않았다.
“아무 거나요.”
“그래, 알았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몇 가지 지켜야 할 것이 있어. 첫째, 절대 소란 피우지 않는 거야. 소리 지르고 싸우고 그러면 의사선생님께 보고할 테고 입원 기간만 더 길어 질 거야. 잘 알아들었지? 둘째로는….”
수간호사는 한참동안 이곳 질서에 대해서 떠들어댔다. 책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을 수 없으며 매끼 식사 시간은 꼭 지켜서 밥을 먹어야 한다, 약 먹을 때에 잔꾀를 부려서는 안 된다, 외부와의 통화는 당분간 금지되어 있지만 말을 잘 듣는다면 한 달 후에 통화를 하도록 해 주겠다… 등등. 약 먹을 때 잔꾀를 부린다는 것은 무엇인지, 왜 통화를 금지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수간호사 이야기를 묵묵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했겠지만 준이는 우울증이 심하고 게다가 정신분열 증세도 보여서 자살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우리가 특별히 관리해야 해. 서로 편한 게 좋잖아? 내 말 잘 듣고 약 잘 먹으면 금방 나가게 해 줄 테니까, 잘 알아들었지?”
우울증에 정신분열이라니? 의사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자살은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었다. 종말을 경고한 것이 정신분열이라는 말인가? 쉽게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가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고분고분해야 한다.
“네, 그럴게요.”
“그래야 착한 어린이지. 자 휴식 시간이니 다른 환자들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텔레비전도 보고 있어. 부모님께는 내가 잘 말씀 드릴 테니까.”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착한 어린이다. 세상을 너무 몰라서 무턱대고 남을 믿을 수밖에 없는 착한 롤리.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아마도 길들어진 착한 어린이가 착실하게 성장해서 자신과 같은 아이를 재생산 하는 것, 그것뿐이리라.
중앙 홀에는 서른 명가량의 사람들이 환자복을 입은 채 모여 있었다. 또다시 어떤 시선이 내게 쏠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 이번에는 두려움 같은 것이 몰려왔다. 순간 뒤에서 누가 등을 쿡 찔렀다.
“탁구 잘해요?”
예상치 못한 통증에 고개를 홱 돌렸다. 빗질도 안 한 헝클어진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흰머리도 몇 개씩 보일 정도, 나이는 최소한 삼십대 중반인 남자가 서 있었다.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얼굴, 다른 세상에서 처음 말을 건넨 표지(標識)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냥 조금 해요.”
일상적으로 대답했다. 무언가 다른 대답이라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를 보는 순간 사실만을 고집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아 즉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만을 말해야 하는 대답에는 그 어떤 부정도 안 된다. 부정은 곧 왜곡이며 왜곡된 것에는 악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말하지 않고선,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무작정 내 손에 탁구채를 쥐어줬다. 탁구를 치고 있던 사람들을 비켜 세우자마자 내게 서브를 날렸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 얼어버린 나는 서투르게 스윙을 했다. 잠시 뒤 한 두 사람씩 슬슬 모이더니 편을 갈라 응원까지 했다.
“어… 저 녀석 탁구 선수인가 봐.” 하얀 긴 머리를 한 노인이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말했다.
“글쎄, 폼은 그럴 듯한데.”
탁구대 주변으로 몰린 시선은 오로지 탁구공에만 쏠렸다. 사람들은 고개만 좌우로 움직였다. 이곳을 벗어나서 훗날 누군가에게, 정신병원에 와서 처음 한 일이 탁구였다고 말한다면 아마도 최소한 그곳을 경험한 자들만은 믿어주리라.
소란을 일으킨 또래의 그 여자애와 친구인 듯한 또 한 명, 그리고 남자 한 명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시선은 탁구공을 향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그들을 의식하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내 손에서 벗어난 탁구공이 탁구대 위에서 튈 때마다 혼란스런 생각의 목소리들은 다시 수면위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높이 튀어 오른 한 목소리는 ‘왜 이 곳에서 한가로이 이런 짓을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다른 목소리는 ‘이것이 집을 나가고 학교를 때려 친 이유였냐’고 물었고 그에 발맞추어 다른 목소리들도 수없이 많은 질문을 해대기 시작한 통에 나는 그만 탁구채를 내려놓고 병실로 되돌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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