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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대통령이다] #10 “호기심에 아무 남자에게나 베팅하는 꼴이다”

이용준
  • 입력 2017.03.23 00:00
  • 수정 2020.07.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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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꿈을 꿨다. 한 번도 간 적 없는 경마장을 찾았다.

‘여자가 대통령이다’는 여성을 대표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유령이 한 나라를 집어삼킨 현재, 이 시대를 살아 내는 한 민초 여자와 동갑내기 신부 박용성, 경마 기자 이영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새 연재소설입니다. 작가는 “간통죄가 합헌이어도, 여자는 위헌”이라며, “우리를 대표한다는 대통령에게, 우릴 창조한 신에게만 유죄라고 통보한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습니다.

박용성 신부와 여 주인공의 추가 대화가 담긴 #7과 이영민의 ‘참회록’이 담긴 #8, 세 사람이 처음 만난 이야기를 기록한 #9는 향후 발간할 책 본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0부터 시작합니다. 참고로 본문에서 언급된 경주는 2014년 10월 18일 토요일 서울 제10경주입니다. - 편집자 주.

멍청한 꿈을 꿨다. 한 번도 간 적 없는 경마장을 찾았다.

예상지를 겨드랑이에 낀 남자는 능숙하게 경마에 관해 설명했다. 1400m 경주로 3군 소속 국산 말 12두가 뛴다, 가장 인기 있는 말, 속칭 ‘대가리’는 11번 문세영 기수가 몰이할 ‘심신지려’다, 한 달 전 이놈은 1300m 경주에서 우승했고 살도 적당히 올랐으며 부담중량도 적절해 우승하기에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경마에는 언제든 이변이 존재한다, 말을 볼 줄 알아야 승리할 수 있다, 예상은 누구나 하는 노가다지만 베팅은 누구나 할 수 없는 예술이다, 경주 2분 전까지 배당판에 집중하라.

말들이 예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남자는 예언한다. 이번 경주는 복승식 기준으로 30배 내외가 터질 판이다, 대가리인 ‘심신지려’는 잘해야 3위권이다, 그것도 추입력을 발휘할 때나 가능하다, 상대성과 11번 레인이라는 걸 고려해야 한다, 거리에 최적화된 강한 말은 분명 따로 있다, 단식 배당 10배 내외로 책정되는 놈이 진짜 대가리다, 특히 10번 ‘라이징패스트’를 주목하라, 이놈은 이번 주에 훈련량을 늘렸고 보폭이 살아나고 있다, 최근 질병도 없다, 혈통도 뛰어나다, 저 위대한 ‘노던댄서’와 ‘시크릿테리엇’을 조부모로 둔 ‘스톰캣’의 손자다, 1000m부터 1400m까지 승률 43%, 복승률 50%를 기록할 만큼 단거리에 최적화된 녀석은 이번 경주에 무조건 2위권 내 입상하게 되어 있다, 이 녀석을 주력으로 때려야 한다.

경주 시작 15분 전이 되자 기수들이 예시장에 나타났다. 이들이 말에 올라타자 남자는 경고한다. 방심하지 마라, 자가당착에 빠지는 순간 승부에서 진다, 말에 올라탄 인간들이 어디 한둘이었나, 주력을 받쳐 줄 복병이 숨어 있다, 눈을 뜨고 말의 호흡을 훔쳐라, 귀를 열고 말의 신호에 귀 기울여라, 기수는 침묵하지만 말은 말한다, 반드시 그리고 분명히 말한다.

남자 옆에 선 여자는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말들의 어마어마한 00들을 뚫어지라 보더니 흥분하기 시작한다. 발기하지 않았으면서도 충분히 만족하게 할 만한 사이즈에 반한 것 같다. 특히 1번 갈색 말, ‘블루레이’에게 꽂힌 듯했다. 몸집이 가장 컸다. 게다가 ‘블루레이’를 탄 기수는 여자다. 유미라 기수. 예쁘장하게 생겼고 20대의 생기가 흘렀기에 여자는 질투를 폭발시켰다. 사람에게 하는 질투와는 달랐다.

거세하지 않은 말 00는 자신의 넓은 구멍을 메우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여자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미 몇 차례 관계를 한 애인 따위는 싫증이 났기에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이다. 예시장을 돌던 ‘블루레이’가 잠시 멈춰 서더니 똥을 싸질렀다. 여자는 벌려진 말의 항문과 성인 주먹 만한 말똥을 보며 더욱 흥분했다. 말똥 냄새가 장내에 퍼졌지만, 페로몬을 맡은 건 여자뿐이다. ‘블루레이’ 등 위에 올라탄다면 충분히 젖은 00를 비벼 대며 교감에 나설 것이고, 흥분한 녀석은 단박에 끝까지 달려 우승을 먹어 치울 것이라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남자는 여자의 이상형과 달리 주력으로 꼽은 ‘라이징패스트’를 여자와 교배시키자고 한다. 쉬운 여자이기에 쉽게는 만족하지 못할 걸 알고 한 마리를 더 추가했다, 승부수는 4번 ‘일기당천’이다, 뒷발 걸음이 앞발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꼬리를 치는 힘이 자생적이다, 긴장이 풀려 기분이 좋아졌다는 신호다, 움직일 때 목과 등의 연동이 자연스럽다, 박을운 기수가 올라탔어도 걸음에 힘이 차고 있다, 준비됐다는 말이다, 선행만 잘 나간다면 거침없이 들어올 수 있는 전개가 펼쳐질 것이다, 더 볼 것 없다, 지르자!

말과 기수가 예시장을 벗어나 경주로에 들어선다. 남자는 이제 배당판에만 집중했다. 5두 마번에 지목된 2번 ‘네트워크’의 단승률과 연승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전 경주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한 탓이라고 남자는 말했다. 5번 ‘예당’의 경우 단승률은 그대로였지만 연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삼복승을 노리는, 3위권을 기대하는 경마꾼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남자는 웅얼거렸다.

복승으로는 2-11, 10-11이 많이 팔리고 있다. 쌍승은 11-2, 2-11이다. 삼복승은 2-10-11, 2-4-11이다. 인기 순위는 남자가 예상한 것과 비슷한 11, 2, 10, 4, 6의 순서다.

시험 문제 답안을 적기라도 하는 것처럼 OMR 카드 용지와 컴퓨터용 사인펜을 들고 나타난 남자는 이 조합을 어떻게 베팅하느냐가 관건이다, 2는 없다, 6도 5도 없다, 4, 10, 11이다, 단승과 복승, 삼복승 그리고 쌍승까지 휩쓸겠다고 말했다.

옆에서 여자는 대박이 나려면 1을 삼복승에 껴 넣어야 한다고 우겼다. ‘블루레이’는 단승 79.9배, 연승도 7.6배로 인기 최하위였다. 대가리인 ‘심신지려’와의 복승률도 456.8배에 달했고, 4와 10에 ‘블루레이’를 엮으면 1018.1배가 된다. 실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여자는 경마에는 이변이 존재한다는 명제를 포기하지 않았다.

원론은 맞지만,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들여다보면 각론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남자는 여자를 타일렀다. 6살이나 먹은 늙은 똥말은 포기하라고 다그쳤지만, 여자는 듣지 않았다. 6살이나 먹고도 현역에서 뛰는 게 더 섹시하지 않느냐며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 남자는 여자에게 5만 원만 하라고 이르지만, 여자는 남자 지갑에서 20만 원을 꺼내 들었다.

마권 발매 마감 2분 전이라는 장내 방송이 들린다. 여자는 복승 1-4에 10만 원, 삼복 1-4-11에 10만 원을 걸었다. 여자는 4를 넣은 건 순전히 남자를 존중한 증거라며 복승 468만 원, 삼복 1600만 원 도합 2068만 원을 이미 딴 것처럼 굴었다.

예언한 것처럼 남자는 단승 4, 복승 4-10, 쌍승 4-10에 삼복 4-10-11을 마킹했다. 단승과 삼복에는 각 2만 원, 복승과 쌍승에는 각 3만 원, 총 10만 원을 걸었다. 발매 마감 후 남자가 베팅한 배당을 보니 단승 16.4배, 복승 30.5배, 쌍승 104배, 삼복 17.1배다. 다 맞출 경우 470만 원이다. 베팅 금액은 여자의 절반, 적중할 경우 배당금 역시 여자의 20%에 겨우 달하는 금액이다. 똑같은 도박 행위이고 그토록 확실하다고 믿는다면 과감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

제삼자인 나로서도 남자의 베팅 금액이 예언과 달리 비겁하다고 느껴졌다. 게다가 자기 고집과 신념만 믿는 외곬 승부수다. 오히려 남자의 조언을 수용한 여자가 유화로우며 운명을 따르는 용감한 전투사 같았다.

말들이 한 마리씩 발주대에 서서히 들어서자 남자는 내 마음을 읽은 듯 읊조린다. 예언은 현실을 반영해야만 예언이다, 현실 반영은 비겁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용감한 행위다, 여자도 나도 각자 확신하고 있다고 보인다면 왜 백 단위, 천 단위로 하지 않는지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범인들은 요행을 바라도 도박 행위는 하지 않는다, 여자는 현실적이어야 하지만 저 여자는 현실적이지 않다, 자기 이상과 기대가 현실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어마어마한 착각이다, 말 00가, 말 근육이 자기 것인 줄만 안다, 갖지 못하는 걸 소유하려 드는 꼴이다, 게다가 경마도 모르고 저러니 곧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 호기심에 아무 남자에게나 베팅하는 꼴이다, 저 여자는 말에게 돈을 낭비하듯 남자에게 자기 인생을 쏟아붓고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 파산할 것이다, 불쌍한 여자니 당신이나 거두어라.

잠시 적막이 흐른다. ‘탕’ 소리와 함께 경주가 시작됐다. 발주대를 떠난 말들의 발굽 구르는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지만, 스피커를 통해 들릴 뿐이다. 달리는 놈들의 거친 숨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대형 모니터를 통해서는 어떤 말이 일등으로 달리는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단지 중계 아나운서의 해설과 화면 아래 보이는 선두권 5마리의 순서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남자는 1등부터 12등까지 모든 순서를 꿰고 있다. 기수의 모자 색을 보면 된다고 했다. 검은색 모자를 쓴 기수의 말이 선행을 나서더니 곧 선두를 차지한다. 하늘색 모자를 쓴 기수의 말이 2위, 파란색과 노란색, 빨간색 모자가 3위부터 5위 사이를 오가고 있다. 자막을 보니 4번과 10번 그리고 2·3·5번 말이다.

소름이 끼쳤다. 믿기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곧 저러다 지치겠지 하는 의심이 스며들었다. 1분이 채 못 돼 마지막 코너를 돌더니 곧 직선 주로를 향해 치달았다. 검은색과 하늘색은 지치지도 않는다. 월등히 1·2위권을 고수한다. 갑자기 형광 모자와 흰색 모자가 이들 뒤를 전속력으로 추격했다. 남자는 ‘추입’이라고 했다. 그리고 하얀 줄무늬 모자라고 수정했다. 하얀 줄무늬 모자를 쓴 기수는 말에게 세차게 채찍을 갈겼고, 외곽에서부터 추입한 말은 엄청난 속도로 달라붙었다.

별별 목소리가 장내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들어와라 텐!”, “사(4), 죽어!”, “십일! 십일!”이라고 숫자를 외치는 사람들의 함성이다. 이들은 이름을 부르는 대신 숫자로 말을 기억했다. 여기에 여자도 가세했다. 여자는 “그렇지, 일이야, 일!”이라며 소리를 빽빽 질러댔다.

남자는 그리스도 상을 응시하던 그 눈, 술에 취해 초점을 잃었으면서도 연민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 눈으로 경주 마지막을 지켜봤다.

대단한 추입력을 선보인 하얀 줄무늬 모자가 거의 따라잡았을 무렵, 선두권은 이미 결승선을 지났다. 불과 반 마신 차 승리다. 2위와 3위도 반 마신 차다. 남자는 초반 도주를 잘한 ‘일기당천’이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라이징패스트’ 역시 선행을 잘 빠져 경주 내내 2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문세영의 탁월한 기승술이 ‘심신지려’의 추입을 도왔고 결국은 3위를 지켜낼 수 있었다, 잘 짜인 판이었다고 복기했다.

예언한 대로 입상 순서를 차례대로 맞추고도 남자는 그다지 흥분하지 않았다. 도리어 여자가 소란이다. 텐만 아니었으면 최소한 복승은 맞췄을 것이라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주위에서 수군거리자 남자는 여자에게 3위는 ‘블루레이’가 아니라 ‘심신지려’라고 넌지시 일렀다. 흰색이 아니라 하얀 줄무늬라고, 네 똥말은 꼴찌라고 정정해줬다.

여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뒤 전광판에 확정 순위가 떴다. 4-10-11-6-8 순이다. 1번 말 ‘블루레이’는 꼴찌다. 순위를 인지한 여자는 마권을 찢어 내던지고는 남자를 쏘아붙인다. 그토록 확실한 거면 왜 날 말리지 않았느냐, 내 몫까지 베팅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혼자 잘 먹고 잘살려고 하느냐, 나는 안중에도 없느냐, 이런 식으로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저의가 뭐냐,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느냐, 이따위가 아가페냐고 항변하고 저주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았다. 적중한 마권을 남자가 건네자 여자는 즐거워했다. 남자가 돈을 딴 행위를 즐거워했으며 행복은 돈으로 환원되는 것이라고 전 존재로 표현했다.

문자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2시다. 모르는 번호지만 누가 보냈는지는 알 수 있었다. 남자였다.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미아, 불쌍하고 외로운 여자이니 신부님이 잘 챙겨 주시길 바랍니다. 신부님이라면 미아를 돌이킬 수 있을 것입니다.’

여자의 내면과 과거뿐 아니라 전 존재를 다 알고 말하는 성싶다.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한계까지 인정한다는 말투다. 여자가 이해할 수준을 넘어선 남자의 심리가 궁금했다. 남자는 여자의 그 무엇을 봤고 어떤 상황을 겪었을까. 여자가 일방적으로 말한 것들이 다였을까. 무엇이 남자를 좌절시켰을까. 그런데도 놓지 않고 왜 이토록 집착하는 걸까.

돌이킨다…. 회심을 말하는 것일까. 여자가 회심을 바라기는 할까. 나라고 별수 있을까. 사랑을 거부하는 여자에게 어떻게 사랑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이들의 모든 문제가 지적 수준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사랑은 없이 서로 재기만 하다가 자존심을 내세우고는 파국으로 치닫는 절차인가. 그도 아니면 남자는 여자를 놓고 장난질을 한 것일까. 나까지 싸잡아서?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남자의 기투, 그 헌신과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는 이유는 또 왜일까.

남자의 문자가 있기 한 시간 전, 여자에게서도 세 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문자 내용은 그 성격처럼 뒤죽박죽이었지만, 일관되게 진보적이기도 했다.

‘신부님, 이 새끼가 날 또 버리고 갔어요. 아까 거긴데 와 줄래요?’
‘왜 대답이 없어요? 내 친구도 왔는데 소개해 줄게요.’
‘니가 뭐 잘났어? 신부면 다야? 좆같지도 않은 게.’

여자와 다투다가 남자가 먼저 자리를 뜬 게 확실하다. 혼자 남은 여자는 또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혼자 사는 여자를 남자들이 우습게 보고 어떻게든 해 보려는 풍토를 지적한 걸까. 그런데… 버림받았다고? 사랑을 받아서는 안 되는데 사랑받은 죄를 고해하는 여자가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금성에서 왔다 해도 이해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기만이나 착각을 존중할 생각은 없다. 남자의 말과 행동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을 참작해도 스스로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머리가 복잡해져 다시 잠들려는데 또 다른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미아 친구 혜진인데요, 미아가 신부님 보고 싶대요. 빨리 오세요.’

모든 문자에 답할 수 없었다. 이제 더는 궁금해하지도 말고 답하지도 않아야 한다. 연애 경험은 없지만 남녀 사이에 제삼자가 끼어들다가는 본전도 못 건진다는 건 알고 있다. 게다가 나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 하느님의 사제라는 신분을 잊은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장면이 바뀌었다. 여자와 남자와 셋이서 승리를 자축하는 자리다. 경마장 오리집이라는 곳인데 영화 ‘챔프’에도 나왔던 곳이다. 조교사 역할을 맡은 배우 유오성이 말을 출전시킬지 말지 고민하며 혼자 소주를 마시던 곳이기도 하다.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이곳은 남자와 여자가 만난 첫날 처음으로 술과 음식을 나눈 곳이기도 했다.

일반 식당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앉은뱅이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오리 주물럭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우리 동갑내기 셋은 진짜 친구가 됐다. 꿈속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경계하지도 원망하지도 않았다. 술에 취했어도 마냥 행복했다.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가 세상 모든 사연을 읽어낸 뒤 기뻐하며 술을 즐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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