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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대통령이다 - 프롤로그] 작가의 말

이용준
  • 입력 2017.01.26 00:00
  • 수정 2020.07.1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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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가 합헌이어도, 여자는 위헌이다!”

“간통죄가 합헌이어도, 여자는 위헌이다!”

작가의 말
하나의 유령, 여성을 대표할 수 없는 한 여자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집어삼켰다. 대통령이 여자다. 여자가, 원수다. 나라님이고 주군이고 국군 최고 통수권자이며 위대하신 수령님이다. 이 여자는 자기를 힐난한 여자가 대표인 정당을 해산시켰다. 애를 낳은 적 없으면서 해산했다. 천박하다. 특유의 화법으로 아랫것들을 정죄하기 바빴지, 자기반성이라고는 도무지 없다.

여자가 대통령인 이 시대를 살아 내는, 한 민초 여자가 여기 있다. 이름도 있고 육체도 싱싱하게 살아 있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알레고리도 아니고, 정치적 아젠다도 아니다. 그저 타락한 젊은이들, 철없는 청춘들의 막장, 흔하디흔한 ‘D컵’ 연애 소설이다. 한 여자에 관한 과하고도 집착스러우며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인 데다가 간통죄가 폐지된 이 시대의 자화상을 땅에 그린 것뿐이다.

사실을 고백하건대, 이야기 대부분은 가짜 인물이 만들어 낸 허구이지만, 주인공 여자는 실제로 여자 대통령을 찍었다. 신선하고 혁명적이라고 했다. 남자들은 모를 수밖에 없는, 국민의 아픈 곳을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하긴 한국전쟁과 삼일운동도 잊히는 시대에 무얼 더 바라겠는가. 역사에 둘도 없는 요상한 시대, 수천억 영혼 가운데 이런 여자를 만난 건 운명이다. 기분 더러울 수밖에 없는 행운, 시간 낭비를 자초한 인연, 되돌릴 수 없는 신비 체험이다.

사실 나 역시 이런 여자들을 팔아 빌어먹고 사는 헛된 인생일 뿐이다. 이야기 주인공이 되고 싶은 그네들이 넘쳐 나는 시대를 살아 내는 나만의 방식이다. 남성의 시선으로 여자 존재를 타자화했다는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를 그린 것일 뿐이다. 더 나아가 이 시대를 버린 신에게 투정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혼이든 여자든 우리든 누군가를 정죄하는 건 결코 아니다.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를 대표한다는 대통령에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릴 창조한 신에게만 유죄라고 통보하고 싶다. 유쾌하진 않지만 즐겁다. 이게 내 본업이고 소명이기 때문이다. 병들어 외로운 여자들을 언제든 환영한다.

주요 인물 소개
이미아 – 이혼한 사진작가. 사랑을 받아서는 안 되며 사랑보다 믿음이 중요하다고 믿는 여자. 어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외로움에 지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지만,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 결과 온갖 성격 장애와 육체 학대, 애정 결핍, 남자 편력 들이 생겼다. 아빠의 빈자리를 찾고자 온갖 남자들에게 기댔지만, 상처만 받아 불특정 다수 남자를 찾아다닌다. 고해를 들어주던 박용성 신부까지 유혹하고는 고향 제주도로 내려간다. 임신한 상태에서 성매매까지 하다가 신부의 축사(逐邪) 그리고 연인 이영민을 통해 아가페를 깨닫고 의지할 곳을 찾아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박용성 - 동정남 신부로 성당에 찾아온 37살 동갑내기 이혼녀 이미아의 고해를 듣게 된다. 지적이고 호기심 많은 성격 탓에 여자에게 빠지지만, 현실의 사랑을 몰랐기에 신의 사제는 여자의 유혹에 넘어간다. 세상 물정도, 여자도 몰라 오해하거나 혼란스러워 하며 신에게 배운 대로 흘러가지 않은 세상을 탓하는 교만한 남자의 전형. 재임이의 아빠다.

이영민 – 박용성, 이미아와 동갑인 79년생 경마 기자. 목사의 유복자로 태어났고 어머니마저 3살 때 죽어 고아로 성장했다. 이미아와 연인 사이로 여자 내면에 숨겨진 악의 실체를 보고는 피하거나 두려움에 떨지 않고 오히려 기투해 잔인하게 맞대응한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도록 먼저 제주도로 떠나 이미아가 태어난 고향 집을 수리하며 아가페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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