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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10] 미비한 제도와 부족한 규제 -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를 중심으로

정석균 전문 기자
  • 입력 2022.12.31 21:41
  • 수정 2023.01.0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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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비한 제도와 부족한 규제

플라스틱 포장재를 만든 기업에게 사회적 재활용에 필요한 비용을 납부하게 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는 우리나라 폐기물 정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기업들에 부과하는 분담금이 턱없이 낮은 것 외에도 아예 부과 자체를 면제받는 범위가 너무 넓어 제 기능을 못 한다. [1]

​환경부는 2018년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기존 34%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폐기물에 대한 공공관리를 강화하고 재활용 시장 안정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생산부터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제품의 각 순환단계별로 관리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2]

​종합대책에 따르면 2020년까지 모든 생수 및 음료용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하는 등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을 생산 단계부터 점차 퇴출시킨다. 포장재 등급평가 개정 및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대책에 담겼다. 또 재활용 의무가 없던 비닐·플라스틱류 등을 재활용 의무대상에 단계적으로 편입하고, 유통·소비 단계에서 2022년까지 1회용 컵 및 비닐봉투 사용량을 35%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9년 11월 후속조치로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의 정의는 빠진채 이미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감축 노력을 하는 일회용컵, 비닐봉지, 스티로폼 박스등 일부 품목 조치에만 한정됐다. [2], [3]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대책들은 유럽 등 해외 규제와 비교하면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 및 사용 금지, 발생을 억제할 조치나 경제적 규제와 같은 법적 수단이 소극적이고 미흡하다. 그리고 일회용 플라스틱의 정의, 범위 및 용도가 명확하지 않아 규제를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현 EPR 체제에서 규제를 받는 품목은 일부에 불과하며, 다른 나라 사례와 비교할 때 아직도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규제의 틀 바깥에 놓여 있다. 플라스틱을 유통하는 업계의 책임에 대한 내용 역시 빠져 있다. 환경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모든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생산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생산-소비-수거-처리 전 과정에 걸쳐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 [3]

1)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그린피스와 충남대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EPR 제도가 적용되는 생활계 폐기물 플라스틱류는 전체 생산량의 약 30%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플라스틱 등 합성수지, 종이팩, 금속캔 등 포장재를 제조할 경우 매출액이 한 해 10억 원 미만이거나 출고량이 4톤 미만이면 재활용 분담금을 안 내도 된다. 스티로폼 등 발포합성수지는 매출액 10억 원 미만이거나 출고량 0.8톤 미만, 유리병은 매출액 10억 원 미만이거나 출고량 10톤 미만이면 면제된다. 수입품도 규모가 작으면 재활용 의무를 지지 않아 분담금을 안 내도 된다. [1]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는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하여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하여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법적 근거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6조(제조업자 등의 재활용의무)다. [4]

종전의 생산자들은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시점까지만 책임을 지고 사용 후 발생된 폐기물은 소비자의 책임이었으나, 이제는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의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는 의미다.

이는 제품의 설계, 포장재의 선택 등에서 결정권이 가장 큰 생산자가 재활용 체계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생산자, 소비자, 지자체, 정부가 일정 부분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다.

우리나라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제도가 아니라 이미 생산자책임원칙에 의해 '92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예치금제도를 보완 개선하여 2003. 1.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4]

​한국의 EPR 제도는 일종의 실적제로 운영된다. 생산자가 직접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에 따라 재활용 분담금을 내고, 그 분담금으로 재활용 업체를 지원하는 형식이다. 현행 EPR제도 하에서는 생산자의 책임이 제한적이다. 생산한 제품 100%에 대해서 재활용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품목별 의무율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된다. 비닐(필름)의 경우 의무율은 65.3%다. 생산된 비닐이 100장이면 65장에 해당하는 재활용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단일재질 용기류 79.6%, 스티로폼 80.7%, 페트병 81.8%등으로 의무율은 각각 다르다. 이 의무율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생산자는 추가 부담금을 낸다. [3]

​<EPR 운영체계> [3]

 

* 재활용 분담금 = 당해연도 제품·포장재별 출고·수입 실적량× 제품·포장재별 재활용 의무율 × 제품·포장재별 분담금 단가

​<생활계폐기물 플라스틱류 EPR 관리와 미관리 추정량>

충남대는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국내 기업들의 환경 부담을 추정하기 위해, 주요 생수 업체의 일회용 플라스틱 PET 사용량 및 매출액 대비 분담금 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여 생수 생산에 사용되는 전체 PET 플라스틱 양을 환산했다. 산출된 값은 연간 약 62,500톤으로, PET병(500 ml 기준) 개수로 따지면 약 30억 개에 해당한다. [3]​

일회용 PET 플라스틱의 회수 및 재활용을 위한 EPR 분담금 규모(연간 기준)는 A업체 약 28억 원, B업체 8.2억 원, C업체 약 5.4억 원으로 추산됐다(2018년 생산자 분담금 139원/kg. 무색 PET 기준 적용, 재활용 의무율 0.80 가정). 이는 매출액 대비 약 0.9%에 해당한다. 전체 매출액에 비해 환경 부담 비용이 매우 적은 편이다.

​생산자로 하여금 일회용 플라스틱을 회수하고 해양오염을 정화하는 비용 등을 추가로 부담케 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U는 2018년 EPR제도를 강화하여 수거, 운반, 처리, 정화, 인식 제고 비용을 생산자가 내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좀 더 강화된 EPR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제조 및 유통 산업 전반이 순환경제를 지지하고, 매립과 소각을 지양하며,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은 선형경제 모델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기업이 긴 시간 품질 유지와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표> 국내 생수업체의 PET 병 사용량과 환경 비용 [3]

참고: 표3 에 제시된 PET병을 생산하는 각 생수 업체의 환경 비용 부담 비율은 공개된 자료와 추정치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 업체별 및 연도별 실적 자료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참고: 표3 에 제시된 PET병을 생산하는 각 생수 업체의 환경 비용 부담 비율은 공개된 자료와 추정치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 업체별 및 연도별 실적 자료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 그린피스의 제언

​재활용만으로는 플라스틱 오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작점에서부터 발생량을 감축하고, 폐기물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며, 리필 및 재사용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생산자 편의 위주의 폐기 정책에서 벗어나, 생활용품 전반에 만연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이고 강제성을 띤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야 할 때다. 또한 플라스틱뿐 아니라 모든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현재의 직선적인 물질의 흐름, 한번 쓰고 버리는 사업 모델을 버리고 순환경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바이오 기반 소재의 사용에 있어서도 사전 예방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 생산 시점에서 명확한 감축 목표가 필요하다. 그 다음 이미 생산한 것은 최대한 재사용하고, 수명주기가 다한 뒤 폐기하기 전에 재활용해야 한다. 즉, 일회용품 의존을 벗어나 재사용 가능한 소비재로 전환해야 한다. 재활용 시에는 재활용 이전에 폐기물 발생 예방/감축 및 재사용 노력이 충분히 있었는지(즉, 폐기물 감축 우선순위를 따랐는지, 수거 비용 외 물질의 수명주기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비용을 부담했는지-아래 참조) 기업이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음식 용기나 음료수 병 등 일부 품목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해 생산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와 함께 생산 감축을 의무화해, 감축 및 재사용 목표, 기업 투명성을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폐기물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사용량 통계조사를 체계화해야 한다. 일본이나 유럽은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통계조사를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예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량, 사용량, 폐기량, 재활용량 및 각종 처리량(매립, 소각 등)에 대해 신뢰할만한 국가 통계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그 결과 규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정부는 시장에 일회용 및 다회용 플라스틱을 내놓는 모든 기업(생산자와 유통업자)을 관리해야 한다. 기업이 애초부터 쓰레기가 덜 나오고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제품 포장재를 고안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도입하도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에 대한 규제를 도입,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 역할의 강화방안>

문제점

해결방안

일회용 플라스틱의 정의와 용도 및 범위가 모호하다. 현행 규제정책이 적용되는 품목이 전체 플라스틱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정의와 규제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규제 대상이 아닌 나머지 일회용 플라스틱 품목도 점차 규제 대상에 편입해야 한다. 또한 일회용 플라스틱 감축에 우선순위를 두어 폐기물이 줄어들도록 관리해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 소비, 폐기량에 대한 신뢰할 만한 국가 통계자료가 없다.

플라스틱을 생산, 유통, 소비하는 업종 및 플라스틱 성분에 따른 생산, 소비, 폐기량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국가 통계자료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규제의 우선순위를 정하여야 한다.

재활용을 가장한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처리 기준이 더 낮은 국가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하거나, 분리되지 않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출하는 것을 금한다. 자체 해결 및 근거리 해결 원칙에 따라 지역 내에서, 수거 또는 생산 지점과 최대한 가까운곳에서 재활용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가/지역 재활용률에 수출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의 규제를 받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일부이며 그 책임 수위가 낮다.

EPR제도를 강화하여 기업의 생산 감축을 의무화하고 감축 및 재사용 목표, 기업의 투명성을 달성해야 한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다음을 포함시켜야 한다.

첫째, 감축 및 재사용을 위한 설계 책임.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재사용/리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책임을 포함한다. 둘째, 생산 및 유통 데이터, 사용 후 데이터에 관한 완전한 투명성을 확보한다. 셋째, 폐기물 감축 우선순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예방/감축, 재사용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 후 재활용해야 한다.

해외 규제동향과 비교 분석한 결과,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제도와 정책은 매우 소극적이고 제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폐기물 감축 우선순위와 사전 예방적 원칙을 존중한다. 즉, 원천부터 발생 자체를 예방/감축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대체재가 있는 경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거나, 시장출시를 막는 것과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플라스틱 대체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플라스틱의 생산 유통, 소비 단계에서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는 등의 경제적 조치를 활용해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기업 및 소비자들의 인식이 미비하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플라스틱 제로 사회의 필요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장려한다. 공익광고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정책을 홍보하고 기업과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자료]

  1. 포장쓰레기 쏟아내도 분담금 한 푼 안 내는 기업 수두룩, 한국일보 신혜정 기자,  2022.05.18

  2.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절반으로 줄인다 -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각 순환단계별 종합 개선대책 마련 -, 환경부 보도자료 2018.05.10

  3. <플라스틱 대한민국-일회용품의 유혹>, 그린피스코리아, (2019)

  4. 한국환경공단, 자원순환제도 운영·관리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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