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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20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9.01 14:00
  • 수정 2021.09.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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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구들장 신부님

 

 

용산으로 밀양 현장으로 강정마을로 삼보일배로

투사로 애국자로 농사꾼으로 살았으니

뱃놈으로 사제로 머슴으로 내던졌으니

맨날맨날 싸우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아니다, 밑바닥에 깔리기 위해

이름마저 구들장으로 바꿨으니

안중근도마 의사를 존경해서

엄청 존경한 나머지

왜적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쏘는 동상까지 세웠으니

우리나라 곳곳, 골골을 짯짯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한 나머지 본적마저

경기도에서 저 전라도 장성 땅으로 파 갔으니

그러나 하느님 또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지라

하느님께도 이 세상 것

본인이 좋아하는 걸루 하나쯤은

희생 봉헌해 드려야 했기, 회로다 하자!

그러구러 회 또한 평생 안 먹는대니, 하지만

그 손, 어디 한 번 잡아 보실라우

 

그렇게 부드러운 손은

그렇게 따뜻한 손은

그렇게 맑은 손은

그렇게 겸손한 손은

그렇게 진실한 손은

그렇게 어리디어린 손은

난생처음입네나, 잡아 보면

제절로 고개를 떨구고 싶고

제절로 무릎을 꿇고 싶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이에 비길 수는 없다랴만

 

그런 얼굴이란

왜들 그래 폭삭 망가져 맛이 간겨

 

 

 


시작 메모
그런 얼굴이란 / 왜들 그래 폭삭 망가져 맛이 간겨이따금 얼핏 드러나는 이 세계의 아이러니한 본질은 얼마나 위안인가. 찡그리고 싶을 정도로 진실된가. 그러면 방 구들장 신부님을 아냐고, 본 적은 있냐고 물었다. 전혀 만난 적도, 본 적도 없는 분이시다. 만일 그렇다면 내 어떻게 이런 시를 쓸 수 있었겠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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