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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70] 콘서트 프리뷰: 서울아카데미앙상블 '청소년과 함께하는 음악회'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9.0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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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오푸스의 키움프로젝트 연주회에서 한국 음악계의 젊은 히어로즈들(Young Hereos)을 경험하고 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또 하나의 영 아티스트 콘서트가 열린다고 하니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4차 코로나 대유행으로 60여 일 가깝게 확진자 수가 네 자리수에서 내려오지 않는 엄중한 시기에 초중고등학생들이 협연자로 나선 음악회를 개최하기엔 여러모로 쉽지 않았을 테지만 螢雪之功(형설지공)”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고사)의 자세로 자신들의 기량을 과시하며 미래의 또 다른 클래식 음악 주역으로 발돋음하는 등용문이 9월 9일 목요일 장천아트홀에서 서울아카데미앙상블의 <청소년과 함께하는 음악회>다. 

9월 9일 목요일 오후 7시30분 장천홀에서 개최되는 서울아카데미앙상블의 청소년과 함께하는 음악회

1966년 1월 故 박태현 교수와 서울시립교향악단 여성 전문 음악인들이 주축이 되어 '서울 여성 스트링 오케스트라'라는 명칭으로 창단, 1984년에 현재의 '서울 아카데미 앙상블'로 개명, 국내를 넘어 활발한 연주활동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연주 단체로 성장한 서울아카데미앙상블이 김봉의 지휘로 4명의 비르투오소를 만난다.

모차르트 교향곡 39번 3악장으로 포문을 여는 음악회는 경기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심우성 군의 독일의 첼로 연주자 겸 작곡가로 피아노의 체르니같이 첼로 교습의 필수곡으로 꼽히는 게오르그 골테만 첼로 협주곡 2번 1악장으로 이어진다. 1부의 마지막은 서울예고 2학년의 최윤정 양의 모차르트 오보에 협주곡 1악장으로 장식한다. 만하임에서 드 장(Ferinand De Jean)에게 플루트 협주곡 2곡과 플루트 4중주 3곡의 작곡을 의뢰받은 모차르트는 2곡의 협주곡 중 한 곡인 오늘 연주하는 오보에 협주곡을 플루트라는 악기의 음역에 맞게 장2도 높게 이조하여 넘겼다. 악보를 받은 드 장은 신곡이 아니라는 이유로 작곡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같은 곡이 오보에와 플루트를 대표하는 협주곡으로 현재는 인식되고 있다.

9월 9일 등용문에 서는 4명의 Young Heroes

1951년 하이든의 자필악보가 극적으로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예원학교 3학년의 서민지 양이 이날 연주하는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2번 1악장은 하이든의 제자인 안톤 크라프트의 작품으로 200여 년 동안 알고 있었다. 슈만, 드보르자크의 협주곡과 함께 첼로의 3대 협주곡으로 꼽히는 작품의 제대로 된 주인을 200여 년 동안 알아보지 몰랐던 셈이다. 그건 이번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서울예고 2학년의 황윤진 양이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도 마찬가지다.

9월 9일 청소년음악회의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음악작품에서도 악취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헌정 받은 당시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교수였던 레오폴트 아우어가 한 말이다.

"기교적으로 도저히 연주 불가능하다."

이건 곡의 초연 후 당대의 저명한 음악평론가 한슬릭의 지적이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만큼 엄청난 혹평에 시달린 작품도 드물 것이다. 당대의 유명 연주자, 비평가들은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인신 비하적 발언까지 차이콥스키와 그의 작품들에 퍼부었다. 이 곡의 진가를 제대로 안 바이올리니스트 아돌프 브로즈키만이 유일하게 연주여행 때마다 자진해 연주하면서 차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에 와서는 베토벤, 브람스(또는 멘델스존)의 것과 더불어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평가받고 있으니 그야말로 고진감래(苦盡甘來), 화씨벽(和氏璧)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힘들고 암울한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이때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이겨 내면서 학업에 정진한다면 오늘의 주인공들이 한국 음악계의 거목으로 성장해 있을 때는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이 세상에 나온 후 받은 냉대에 차갑게 냉소를 퍼부을 수 있듯이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다녔던 시절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까마듯한 옛날로 느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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