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짊어지고 살아온 삶
지리산 자락 남원이라는 곳에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신다.
열여덟에 시집와 스물두 살에 청상과부가 되었다.
가을이면 억새풀을 낫으로 베어 이엉을 엮어 지붕을 삶고
잔가지 주워 모아 지게로 날라 겨울을 뎁히곤 했다.
자식 둘 낳고 하늘로 간 영감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새끼덜 거두느라 평생을 산자락 머리에 이고 살았다.
자식들은 산자락을 떠나고 식구는 달구새끼 여나무 마리 검둥이 한 마리
개울물에 빨래하다 잠자리 물에 빠지면 건져 주고 새끼노루 길 잃으면 업어다가 젖 먹이고 어언 칠십여 살 허리는 꼬부랑이 되었다.
사람들이 묻기를 허리는 어째 꼬부랑이 되었냐 하면 평생 저~기 지리산을 짊어지고 살아서 그리 되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