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산을 짊어지고 살아온 삶

김홍관 시인
  • 입력 2021.08.03 11: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을 짊어지고 살아온 삶

 

지리산 자락 남원이라는 곳에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신다.

열여덟에 시집와 스물두 살에 청상과부가 되었다.

가을이면 억새풀을 낫으로 베어 이엉을 엮어 지붕을 삶고

잔가지 주워 모아 지게로 날라 겨울을 뎁히곤 했다.

자식 둘 낳고 하늘로 간 영감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새끼덜 거두느라 평생을 산자락 머리에 이고 살았다.

자식들은 산자락을 떠나고 식구는 달구새끼 여나무 마리 검둥이 한 마리

개울물에 빨래하다 잠자리 물에 빠지면 건져 주고 새끼노루 길 잃으면 업어다가 젖 먹이고 어언 칠십여 살 허리는 꼬부랑이 되었다.

사람들이 묻기를 허리는 어째 꼬부랑이 되었냐 하면 평생 저~기 지리산을 짊어지고 살아서 그리 되었노라고...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