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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탐방기: 백남준아트센터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7.23 10:02
  • 수정 2021.07.3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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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4일까지 2층에서 전시중인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을 관람하고

해방과 대한민국 건국 이후 70여 년의 짧은 시간 동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재들이 이 땅에서 배출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불세출의 위인들이 탄생하여 각자도생하면서 전 세계인의 극찬과 인정, 감탄을 받는 스타들과 셀럽들로 성장하고 나라를 빛내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요 최빈국의 나라에서 이제는 세계에서 인정하는 선진국의 반열에 당당히 올랐고 인프라가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無에서 시작하여 크나큰 업적을 남기고 인류에 큰 공헌을 한 한국인을 꼽으라는 질문에 사람들마다 다 다른 답을 내놓을 정도로 셀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우리 민족이 우수하고 훌륭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용인에 위치한 백남준아트센터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온 후 독일로 건너가 동시대 전위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비디오 아트의 세계를 개척한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을 기념하고 그의 과업을 계승하기 위해 건립된 백남준아트센터는 용인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은 편하다. 고속도로 수원신갈 IC에 나와 강남대학교 방면으로 가다 우회전, 신갈고등학교 건너편에 있다. 자가용이 아니더라도 서울역에서 버스로도 한 번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관람 종료시간 1시간 전까지만 입장하면 되며 관람료는 일반적으로 무료이다.(특별기획전은 관람료가 달라질 수 있는 점 유의)

10월 24일까지 아트센터 2층에서 전시 중인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

백남준하면 떠오르는 게 비디오 아트지만 그전에는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를 일삼았던 전위예술가로 플렉서스 멤버 중의 한명으로 먼저 알려졌다. 그럼 플럭서스(Fluxus)가 도대체 뭘까? 끊임없는 변화와 흐름을 의미하는 'Flux'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1950년대 유럽과 미술에서 태동한 파격적 예술 네트워크로서 경계의 해체, 자유로운 연대, 사회적 금기에의 도전, 사회정치적 개입, 고급예술에 대한 반동 등이 그들의 예술 활동이다.

백남준의 작업실인 '메모라빌리아'의 모습

예술에서 하나의 사조가 등장해 그게 양식으로 정립이 되면 '고전'과 '아카데미'란 미명하에 수구화되는 게 생리다. 학습을 통해 계승된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자신이 배우고 접한 기술과 범위 내에서의 기능인으로서의 삶을 산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사고가 자유롭고 관대하며 개방적일 거란 일반인들의 예측과는 달리 태반이 새로운 매체에 부정적이고 배척하며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여 거기서의 인정과 권위 획득만 추구한다. 백남준의 위대성은 당시의 첨단기술매체와 인간의 공존에 대해 연구하고 예술로 표현하며 길을 제시한데 있다. 즉 현재 우리 생활의 위기인 감염병의 공포,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자연재해, 코로나로 야기된 온라인의 가속화, 증강현실 등의 과제와 변화에 어떻게 인간이 민첩하게 반응하고 적응하면서 예술로 길을 제시하고 방향을 설정하는게 예술과 예술가의 존재 이유다. 백남준은 백남준 당대의 '시대의 과제'들과 치열하게 맞서고 씨름을 하였다. 코로나 대유행의 한 가운데서 작은 피아도 독주회 하나 열고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한것마냥 유난 떠는게 아니라는 거다.

페터 바이벨과 크리스티안 횔케스가 공동작업한 '데이터 필드로서의 세계'

백남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그랜드 피아노의 외형과 백남준의 영문 이름 성의 첫 글자인 P의 형태를 취한 듯한 백남준아트센터의 2층에선 <오픈 코드, 공유지 연결망>이라는 전시가 2021년 10월 24일까지 열리고 있다. 토픽 하나만 봐도 상술한 백남준과 현대예술의 방향성과 기가 막히게 일치한다. 예술가라면, 뛰어난 기획자라면 이렇게 현대사회의 흐름과 트렌드를 포착하여 맥을 정확히 집어내면서 선도해야 한다. 팬데믹으로 경천동지가 되어 버린 세상에 인간이 아닌 컴퓨터, 즉 온라인과 랜선과 코드에 의해 형성되고 Yuji되는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여러 작가들의 시각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라는 기획의도에 누가 감히 역행하겠는가!

그랜드 피아노의 외형을 닮은 듯한 백남준아트센터의 전경

빨강, 파랑, 노랑, 흰색 등으로 칠한 탁구대에 <플레이>란 제목을 붙여 놓고 노동과 생산이란 카테고리로 해석하고 있다. 구글이나 넷마블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이 직원들의 창의력과 생산력을 북돋길 위해 설치한 탁구대는 업무와 여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노동과 생산의 문물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놀고 자빠졌다!(Play). 필자가 다녔던 칼스루에 국립음대 지하의 학생 휴게실에 설치된 테이블 축구를 차라리 가지고 와서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깔로 채색하고 사회문화적인 현상의 구현이라고 주장하면 어떤가!

BNAG의 플레이(Play)

계산기, 그것도 디지털도 아닌 8~90년대에나 쓰던 구닥다리 하나 올려다 놓고 <비터 코인, 최악의 광부>(Bittercoin, The worst Miner Ever)란 이름을 붙여 놓았다. 블록체인 내에서 대기 중인 거래를 승인할 목적으로 해킹되어 채굴자로 둔갑한 낡은 연산장치가 가장 기초적인 컴퓨터 수준으로 계속 채굴을 해야 하는 끊임없는 노동이 최악의 광부란 뜻이다. 이쯤 되면 예술한다고 날로 먹는다고 여기기 딱 십상이다.

배민숙 작가의 <비트 스탭>(Beat Steps)은 발판 입구의 검은 버튼을 발로 누르고 마치 횡단보도같이 흰 선이 중간중간 그려진 3미터 정도의 바닥을 걸어가면 참여자의 발걸음 속도와 유사한 BPM(얼마 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헬스장에서의 음악 금지 비평에 자세히 설명한) 값에 해당하는 음악이 곡명과 함께 울려 퍼지는 장치(?)였다. 필자가 다 걷고 나니 노라조의 <슈퍼맨>이 나와 깜짝 놀랐다. 나 정도 되면 브람스나 말러 정도는 나와야 되는 게 아닌가! 왠지 무색하고 살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작가는 경제적으로 효용 없는 발걸음 데이터를 취득하는 과정을 통해 넘쳐나는 데이터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개인 정보의 일상적인 유출을 은유한다고 밝혔다. 꿈보다 해몽이다. 이런 게 전위, 현대예술인가? 차라리 백남준이나 존 케이지 같이 해머로 피아노나 부숴버리지... 그런 배배 꼬인 감정이 스멀스멀 올려오려고 할 때 다시 노라조의 <슈퍼맨>이 다시 울려 퍼지고 중년 부인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나왔다. 나 말고도 거길 걸은 사람에게 측정된 맞춤곡이 노라조의 <슈퍼맨>이었다니..... 망치를 찾던 내 마음이 순간 진정되었다.

2층에 전시된 다른 10여 개의 작품들도 대동소이하다. 오랜 사색과 관찰에서 나온 영감이 깊은 통찰과 만나 숙고의 산물로서 진한 여운과 사색 거리를 주는 게 아닌 그저 어떻게라도 튀어보고 관심을 끌어보려는 시대의 소음이자 순간의 아이디어 집합소였다. 어쩌다가 한두 번이면 먹힐 것이고 개성으로 받아들이고 통용되겠지만 요즘같이 어떻게라도 이목을 끄려는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미디어와 관종이 넘치는 세상에 미술품, 예술품까지 그런 틱톡 같은 가볍디가벼운 찰나의 접근이 더운 날씨에 화만 부채질을 한다. 어떤 이는 바나나 하나 벽에 걸어두고 수억을 벌고 탁구대 하나 텅 빈 공간에 덩그러니 놔두고 예술이라 표방하는데 바나나 하나 재배하기 위한 농부와 탁구대를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땀을 흘리는 목수의 노동 대가는 어떻게 치환하는가! 아빠 찬스와 내부자 거래를 통해 부당이익을 취한 자가 있는 마당에 열심히 본업에 종사하며 땀을 흘리면서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자들 앞에서 무슨 공정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떠드는가! 가식과 위선 앞에 뒤틀린 심사는 내가 플렉서스의 멤버가 되어 거기 있는 소위 <예술작품>이라는 것들을 때려 부수고 걷어차고 괘변을 일삼고 말장난하는 혀를 잘라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적어도 백남준은 당시의 사회에 그런 '정의'로 맞섰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아트센터 뒤로 나있는 숲에 몸을 안기고 어지러움을 가시고 싶어 올라간 상갈공원 위에서 발견한 거대한 안전콘.....이것도 미술작품이라고 버젓이 돈 내고 돈 받고 사고팔고 설치되어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오기 위해 고속도로를 타고 오면서 근 10개는 보았다. 그 태양이 작열하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마스크를 쓴 채 땀을 뻘뻘 흘리면 일하는 공사판의 노동자를....... 자신들의 노동 현장에 발에 차일 정도로 아무 데나 뒹굴어 다녔던 안전콘이 여기 미술작품으로 격상되어 자신들이 받은 일당의 수백 배에 팔려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는 걸 본다면 뭘 느낄까? 진짜 놀고 있다!

아트센터 뒤편의 상갈공원 벤치에서 보이는 데니스 오펜하임의 '안전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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