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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연꽃 낙원: 덕진공원에 가다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7.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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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연주회를 마치고 회관 앞에서 쭉 이어진 길을 걸어오니 향기로운 냄새가 풍겨온다. 그 향을 따라가다 보면 초록색의 창포와 연꽃으로 수면을 가득 메운 덕진공원을 마주하게 되고 한 바퀴, 아니, 두 바퀴를 돌아도 부족하다. 며칠간 계속된 무더위에 난생처음 더위까지 먹어 조심해야 되는 마당이지만 어제 내린 비로 인해 오전엔 다행히(?) 걸을만했다.

덕진공원의 랜드마크 석제 연화교

덕진공원은 전주역 서쪽 3 km 지점에 있는 덕진호(德津湖) 일대의 유원지로 동쪽의 건지산(乾止山), 서쪽의 가련산(可連山)을 잇는 덕진제(德津堤)에 수양버들, 벚꽃나무가 늘어서고 5월이면 창포와 연꽃이 수면을 메우는 연꽃군락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0년 건립되어 덕진공원의 랜드마크가 되었던 철제 연화교가 철거되고 석교 형태의 새로운 연화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연화교 중앙부인 연화정 자리에는 2021년 9월 한옥 형태의 쉼터, 전통 담장길, 전통 놀이마당이 조성될 예정이라공사가 한창이었다. 거기만 시끄러운 소음에 위험한 건축자재들이 쌓여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군데 공사판에 트로트 그리고 행상에서의 아침부터 술 먹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고적한 운치를 방해하는 건 양반의 고장인 전주도 마찬가지였다. 

덕진호는 녹조가 끼어 물도 초록색이다.

덕진공원하면 덕진호 일대의 유원지로 창포와 연꽃이 유명하지만 공사판과 난장판을 빼면 생각지도 못한 유물과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일단 벽진폭포! 산책길을 삥 두르다가 도저히 폭포가 있을만한 장소가 아닌 곳에 폭포라고 써진 표지판을 보니 호기심이 일어 따라가 보았다. 산책길 옆에 살짝 7미터 정도 안쪽, 공원 바깥으로 난 길을 들어가니 그래도 폭포라고 위에서부터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입이 쫘악 벌어지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위용이 아닌 새색시같이 수줍은 폭포의 자태에 어서 빨리 자리를 피해줘야 할 거 같았다.

벽진폭포의 귀여운(?) 자태

딱 봐도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위인 세분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중간에 계신 분의 함자를 보니 가인(街人) 김병로(1887∼1964) 선생이시다. 아니 그런데 왜 이 분 동상이 여기 세워져 있지? 정치인 김종인의 할아버지이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그분의 흔적은 돌아가신 서울의 중구나 거주했던 도봉구 등에서 만았었다. 창동 북한산아이파크아파트 입구에서 쌍용아파트 사이 약 640m 구간이 '가인 김병로길'이고 그 사이에 가인지하차도와 가인초등학교 등이 있다. 알고 보니 전북 김제의 김홍섭(1915~1965), 전북 순창의 김병로 그리고 익산의 최대교(1901~1992) 이렇게 전라북도 출신 법조계 3인방을 기리기 위해 세운 건데 무슨 세종대왕도 아니고.....

좌로부터 전북 출신의 법조인: 김홍섭, 김병로, 최대교

녹두장군 전봉준의 동상과 동학혁명 김개남장군추모비까지 전주에 국한하지 않고 전라북도 인물들을 깡그리 덕진공원에 모아놓은 듯했다. 그 둘을 보고 몸을 옆으로 트니 '보국안민 척양척왜'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너무나 적절한 장소와 타이밍 그리고 설치와 배치였다.

국가를 보호하고 백성을 편안케하며 서양 오랑캐와 일본을 배척하라!

맘껏하우스라 이름 붙여진 어린이 놀이터는 울창하게 나무가 우거진 그늘 아래 무슨 허클베리 핀에 나오는 듯한 목조 놀이기구와 함께 있었다. 맘껏하우스라는 이름부터 뭉클하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인해 연일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는 마당에 남녀노소 맘껏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사람도 없고 더구나 모든 근심 걱정 없이 맘껏 여기서 뛰놀고 땀을 흘려야 할 어린이들조차 마음대로 나오지도 못하니 말이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이름처럼 맘껏 모든 걸 누릴 수 있었던 평범했지만 소중했던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톰소여의 모험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오두막

어린이 놀이터인 맘껏하우스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발령으로 실내는 문을 닫은 지경인데 전주시민갤러리가 운영을 할리가 만무했다. 굳게 닫힌 철문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번 당겨보고 어두컴컴한 실내만 까치발로 들여다보았다. 맘껏하우스가 다시 개장하고 어린이 놀이터가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할때 이곳 전주 시민갤러리도 전주 시민들의 그림으로 가득 차리.

굳게 철문이 닫혀 있던 전주시민갤러리

공원과 전주소리문화의전당 중간에 전북대학교가 자리 잡고 있었으니 자연스레 거길 관통하게 되었다. 또한 덕진공원 일대는 마치 전주문화의 메카처럼 덕진예술회관과 함께 전라북도립국악원, 전주시립예술단 그리고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연습실까지 위치해 있었다. 한마디로 덕진공원에 가면 멋과 풍류의 고장 전주의 내실 있는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전주문화예술의 허브이다. 이번에 전주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음악회를 개최하였으니 다음 전주 공연은 덕진문화예술회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지금처럼 땡볕의 한 여름이 아니라 낙엽이 우거진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분명 덕진공원은 여름이 생기와 푸르름에서 가을엔 운치와 낭만을 선사할 테니...

덕진공원 일대를 전주문화예술의 허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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