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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에게 가고 나 그대에게 오고』 - 11

윤한로 시인
  • 입력 2021.07.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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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아리고 쓰고

뒷간 어둠 다 빨아먹고

삭을 대로 삭아 무지막지

바다 불바람처럼

북두갈고리 뱃놈처럼

사나운 맛

염병할 맛

입천장 홀랑 까지며

으악

코 비틀어 쥐고

눈 딱 감고 배웠네만

나이 먹을수록 뺑이칠수록

점점 더 좋고 깊어지누

그 빌어먹을 맛

 


시작 메모
세례를 받고 성당 대부님께 첫 홍어를 배웠다. 나와 나이는 같지만 신앙, 영혼의 아버지이다. 이 아버지는 막노동 하시는 분으로서 술과 홍어, 막말이 엄청 쎄시다. 처음 홍어를 거절했다가 된통 혼났다. 대관절 자네가 뭔데 이 좋은 걸, 이 끼끗한 걸 마다 하냐. 대부님한테는 바닷바람에, 뒷간 냄새에 삭고 삭은 이 홍어 한 점이 시고 철학이었다. 어찌 뎀빌 도리가 없다. 염병할 맛, 빌어먹을 맛 그런데 그게 씹으면 씹을수록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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