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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48] 6월의 끝자락에....차이코프스키의 6월....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6.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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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라디오에서 Tchaikovsky의 June (Barcarolle) 음악이 반복적으로 자주 나오던 6월도 벌써 끝자락이요 3일만 지나면 2021년의 반이 지나가는 세월의 무상함.....<사계>라고 하면 비발디를 떠올리지만 차이코프스키와 글라주노프의 <사계>도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4계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현한 4계가 아니고 1월부터 12월까지 각 계절에 따른 특징과 감성을 피아노 소품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저녁 정적> 안드레이 모찰린(1970~~) 그림출처: 갤러리 까르찌나

1875년 당시 음악잡지 노벨리스트(Nouvellist)의 편집장이었던 니콜라이 베르나르드는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한 곡씩 계절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시를 선택해 작곡을 의뢰하였다. 1년여 기간 동안에 작곡하면서 각 소품들마다 러시아 특유의 민속적 선율과 슬라브의 정서가 깊게 배어있는데 우리와 위도가 같은 이탈리아 비발디와는 다르게 북반구의 1년이 펼쳐진다. 사회주의 혁명 이전의 러시아는 구력(舊歷)을 사용했기 때문에 현재의 달력과 약 12일 정도 차이가 난다. 즉 오늘의 6월 28일이 그때는 7월 10일인 셈이다. 그러니 오늘날의 계절 감각과 삶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각 달의 부제는 다음과 같다.

1월 - 난롯가에서, 2월 - 사육제, 3월- 종달새의 노래, 4월 -아네모네

5월 - 백야, 6월 - 뱃노래, 7월 - 수확의 노래, 8월 -추수

9월 - 사냥, 10월 - 가을의 노래, 11월 -트로이카, 12월 - 크리스마스

피아노곡이지만 관현악으로 편곡된 것도 많이 연주되는데 6월의 <뱃노래>는 즐거운 느낌보다는 다소 우울하고 쓸쓸하다. 일단 6월 작곡을 위해 건네준 프레시체에프의 시는 해안에서 발을 간질이는 파도와 하늘 위에서 반짝이는 별에 대한 짧은 내용으로 4행시로 다음과 같다.

해변으로 나가자.
거긴 파도가 우리의 다리에 키스할 것이다.
별들은 비밀스러운 슬픔과 함께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난다.
알렉세이 프레시체에프(1825-1893)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멘델스존의 <무언가>에서의 '베니스의 곤돌라'가 연상된다. 두 곡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없다. 둘 다 바카롤 양식인 걸 빼고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굳이 언급하자면 화려한 3D 그래픽이나 현란한 영상물이 아닌 4B연필로 담담히 물가의 캔버스를 그린 그림처럼 담백하고 간결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아련하다....

깊은 산속에 꿀 둥지를 먹고사는 엄마 곰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조그마한 아기곰 두스. 엄마 곰은 나무의 뿌리를 파고 그곳에서 나온 벌들을 쫓아내면서 꿀을 캐서 아기곰 두스에게 먹여주다가 산꼭대기에서 굴러온 돌무더기와 큰 바위에 엄마 곰이 깔려 죽는다. 작은 두스에게 큰 바위는 너무 무겁다. 엄마 곰을 구해야만 하기 때문에 혼자 이리저리 힘을 주어 옮기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죽은 엄마 곰 옆에 누어서 흐느끼면서 밤을 보낸다. 그 사이에 나오는 음악이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6월 ‘뱃노래’이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프랑스 영화 ‘베어(L'Ours, The Bear)’에서 나온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프랑스 영화 ‘베어(L'Ours, The Bear)’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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