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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1.06.15 15:53
  • 수정 2021.06.1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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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당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소개합니다. 엔딩이 좋은 책이죠. 다시 돌아가는.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루이제 린저의 파문이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하층민의 생활을 하며 삶을 사는 것에 비해 힘든 것들을 이겨내고 막내 동생의 사랑으로 다시 인생을 재정비하는 자세가 긍정적입니다.

잃은 사랑을 얻은 사랑으로 치유하죠. 잃은 동생을 남아있는 동생으로 치유하는.

​주인공은 착하고 현명하고 버릴 게 없었던 남동생의 죽음으로 방황을 합니다. 괜찮은 삶이 사라지는 게 더 억울한. 주위 쓰레기 같은 혐오스런 친구들도 사는데 죽으면 안 됐을 동생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인생에서 도망가려 하죠.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마지막은 박물관 얘기가 나옵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 있는 게 좋다는. 어떤 것들은 계속 그 자리에 두어야 한다는 게 주제입니다. 동생도 그처럼 사라지지 않았길 바란, 동생에 대한 기억도. 주제가 집약된 부분은, 나하고 나 자신 그리고 나뿐이란 구절입니다. 모든 것이 사라져도 나는 사라지면 안 된다는. 사회와 교육이 망가져도.

니체의 자기애와 같죠.

박물관에 들어가지도 않은, 모든 인간들조차 그대로인데 동생이 없다는 현실 인식이 괴로운 거죠 하지만 자신을 믿어주고 따르는 여동생에 의해 치유됩니다.

어느 서평은 성에 눈뜨는 청소년 이야기라고 했던데 그야말로 책 테러입니다. 어른이 되고픈, 어른인 척하고픈, 상처받지 않은 척이 되고픈 상처받은 소년일 뿐입니다. 성에 눈뜬 게 아니라 삶에 눈뜬 거죠. 동생이 없는 삶에 눈을 떠야 하는 그래서 막 살고 싶어 하는. 부재를 잊기 위해.

​총에 맞았다고 착각하는 것도 죽고 싶다는 마음이고, 세상을 춥다고 표현한 것도 괴롭단 뜻이죠. 호밀밭 평지에 허수아비 같은 파수꾼인 줄 알았는데 절벽을 지킨다는 뜻이더라고요. 죽음으로부터 삶을 지킨다는 의미죠.

​평생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그런 놈들과 그런 여자들이 결혼한다는 내용도 동감. 저도 친구들이 대학까지도 아무런 독서를 제대로 안 했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저런 애들은 남편과 무슨 대화가 되지? 공부만 하는 교육도 문제죠.

주인공의 형이 저자로 투영된 듯합니다. 전쟁도 참가하고 작가이니. 그 나이 방황은 어색하니 사춘기 동생을 화자로 삼은. 미국 청소년이나 한국 청소년이나 생활은 다 비슷한 거 같습니다. 재밌게 읽은 책인데 많은 사람들이 읽었음 합니다. 샐린저는 과도한 인기와 대중의 관심에서 은둔생활을 했죠.

​당신은 호밀밭의 파수꾼입니까? 당신은 지키고 싶은 가족이 있습니까? 당신은 당신 자신이라도 지키고 있습니까? 당신은 당신의 호밀밭의 파수꾼이어야 합니다. 세상의 호밀들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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