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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단테

김정은 전문 기자
  • 입력 2021.05.15 11:55
  • 수정 2021.11.2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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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사진=네이버 갈무리)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사진=네이버 갈무리)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Dante Gabriel Rossetti)1828512일 영국에서 태어나 188249일 사망한다. 아내가 죽은 후 술과 우울증으로 1872년 쓰러져 10년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Gabriel Charles Dante Rossetti가 본명이며 대문호 단테와 그 시를 좋아해서 중간 이름을 단테로 본인이 넣었고 일반적으론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로 불린다. 이탈리아인 애국자이자 정치 난민인 아버지와 영국과 이탈리아 혼혈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고, 대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가 여동생이다.

아버지가 교수며 단테 학자여서 어릴 때부터 그 작품을 많이 접해 단테에 대한 시도 많이 썼으며 작품 속 등장인물도 많이 그렸다. 화가, 삽화가 겸 시인이며 이탈리아 시를 영어로 번역한 번역가로 빅토리아 시대에 이름을 날렸고, 영국에서 문학은 셰익스피어 다음이라는 칭송을 얻었다.

문화적, 정치적 활동의 환경에서 자랐으며, 공식적인 교육보다 더 영향을 끼쳤다. 1836년부터 1841년까지 킹스 칼리지에서 일반 교육을 받았고, 14세에 런던 중심부에 있는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1845년부터 1845년까지는 왕립 아카데미의 학생이었다. 여기서 1848년 라파엘 전파 형제단(Pre-Raphaelite Brotherhood)을 윌리엄 홀먼 헌트, 존 에버렛 밀레이와 함께 창립하고 그림을 공부하고, 남동생과 세 명의 다른 학생들이 합류한다. 라파엘 전파 형제단 명칭은 이후 라파엘 전파로 불린다.

라파엘 전파는 과장된 색채와 표현인 르네상스식 라파엘로, 미켈란젤로를 부정하고 라파엘로 이전 중세 후기와 초기 르네상스로 돌아가 자연에 맞는 그림을 그리자는 것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지만 로세티는 인물화를 더 그렸다. 본인들 그림에 모두 같이 라파엘 전파 형제단 약자인 PRB 사인을 넣었지만 나중에 그만둔다. 형제단에서 로세티의 주된 공헌은 시와 그림을 연결시키겠다는 것이었는데, 지독한 독서광인 그는 키츠, 셰익스피어, 괴테, 월터 스콧 경, 바이런 경, 에드거 앨런 포, 그리고 1847년부터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들을 읽고 부분적으로 영감받는다.

1854년 로세티는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을 만나 동맹을 맺었고, 러스킨만이 라파엘 전파 그림에 좋은 평을 해주었다. 2년 후 에드워드 버니 존스와 윌리엄 모리스와의 만남으로 형제단의 두 번째 단계를 시작하지만 미술 평단에서 인정받지 못해 서서히 해체한다.

1860년 엘리자베스 시달과 결혼하는데 애칭은 리지(Lizze). 그녀는 어릴 때 포장지에 스케치하던 화가이자 작가이며 모자 가게 점원이었다. 존 러스킨이 그림을 후원했고 전시회도 했다. 너무나 아름다워 모자 가게에서 일하면서 화가들에게 모델을 제의받고 당시 낮은 취급을 당하던 모델을 주저하다 활동한다. 라파엘 전파 화가들 모두의 모델로 일하다 로세티의 구애로 연인이 된 후 그의 모델만 한다.

로세티와 그녀는 1850년에 만나지만 좋은 가문의 로세티와 가난한 가정의 그녀는 쉽게 결혼할 수 없어 10년 지나 결혼한다. 이때쯤 그녀는 불치병에 걸렸고 딸을 사산한 후, 불과 2년 후에 결핵으로 사망한다. 밀레이의 유명한 작품인 녹색 옷을 입고 물 위에 떠 있는 오필리아도 그녀다. 러스킨 아내란 소리는 잘못이다. 외국 오필리아 이야기라는 글에서 시달이라 한다. 그만이 쓸 수 있는 그림과 연관된 독특한 시들과 사랑 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화가들도 동감할 수 있는 화풍을 알 수 있는 좋은 시들이 많다.

 

For Our Lady Of The Rocks By Leonardo Da Vinci

 

Mother, is this the darkness of the end,

The Shadow of Death? and is that outer sea

Infinite imminent Eternity?

And does the death-pang by man's seed sustained

In Time's each instant cause thy face to bend

Its silent prayer upon the Son, while He

Blesses the dead with His hand silently

To His long day which hours no more offend?

Mother of grace, the pass is difficult,

Keen as these rocks, and the bewildered souls

Throng it like echoes, blindly shuddering through.

Thy name, O Lord, each spirit's voice extols,

Whose peace abides in the dark avenue

Amid the bitterness of things occult.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동굴 속 성모를 위하여

 

어머니, 이것이 어둠의 끝이고,

죽음의 그림자인가요?

저 먼바다가 끝없이 불멸하는 내세입니까?

대대로 인간 자손에 이어진 죽음의 고통은

매 순간마다 아들을 위해 조용히 머리숙여

당신을 기도하게 하지만

그는 묵묵히 손으로 죽은 자들을 축복합니까

긴 하루 몇 시간이나?

은총의 어머니, 이 길을 어렵고

바위처럼 날카롭고, 당황한 영혼들은

무턱대고 몸서리치며 메아리처럼 몰려듭니다

오 주여, 심오한 괴로움 속에서

어두운 길에 평화가 깃든

모든 영혼이 당신을 찬미합니다

 

다빈치 동굴 속 성모 원제는 The Virgin of the rocks 그림이다. 로세티는 Lady로 바꾸었다. 이 그림은 다빈치 초기 르네상스 시대 작품이라 로세티가 비판하지 않은 듯하다.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는 거의 동시대 르네상스를 이끈 주축이며 다빈치는 최고 선두 주자였다. 라파엘로는 젊은 나이에 병에 걸려 당시 유행하던 혈액을 빼내는 사혈 요법으로 죽었다.

저 그림은 헤롯 왕이 예수가 태어난다는 예언을 듣고 2세 이하 남아를 다 잡아 죽이기에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이집트로 도망가면서 동굴에 숨어 세례자 요한을 만난다는 성서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천사도 그려 넣었다.

로세티는 자연을 그리자는 학파였으나 본인은 인물과 성경 말씀을 좋아해서 많이 그렸다. 다빈치의 저 그림도 동감해서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감히 토를 달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본인의 그림은 빛이 절제되고 선도 단순화한 경직된 고전주의식으로 그려 비평을 많이 받았다.

peace abides in the dark avenue는 죽음을 말한다. 그리스 신화와 아서 왕 신화 등에 통달했던 로세티는 먼바다라는 이미지를 그리스 신화 하데스에서 연상시켰을 거다. 하데스가 있는 죽음으로 가려면 저승을 흐르는 강의 여신이기도 한 스틱스강을 건너야 한다. 아홉 구비로 흐르며 그중 하나가 망각의 강 레테다. 우리나라도 강을 건넌다는 표현이 있는데 비슷하다.

로세티는 그림과 시를 잘 융화시켰는데 자신의 그림에는 짧은 시들로 각주를 달기도 한다. 회화로도 유명했고 문학으로도 유명하기 쉽지 않은데 로세티는 2관왕을 달성한다. 미켈란젤로의 키스라는 소네트도 쓰고, 다른 화가의 그림에 대한 시들도 많아 그림과 같이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대가의 성스러운 종교화를 보며 느꼈을 감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Last Visit To The Louvre The Cry Of The P.R.B., After A Careful Examination Of The Canvases Of Ruben

 

NON NOI PITTORI! God of Nature's truth,

If these, not we! Be it not said, when one

Of us goes hence: “As these did, he hath done;

His feet sought out their footprints from his youth.”

Because, dear God! the flesh Thou madest smooth

These carked and fretted, that it seemed to run

With ulcers; and the daylight of thy sun

They parcelled into blots and glares, uncouth

With stagnant grouts of paint. Men say that these

Had further sight than man's, but that God saw

Their works were good. God that didst know them foul!

In such a blindness, blinder than the owl,

Leave us! Our sight can reach unto thy seas

And hills: and 'tis enough for tears of awe.

 

루벤스 그림 감상 후 루브르로 간 라파엘 전파의 외침

 

우리는 화가가 아닙니다 자연 섭리인 신이여,

이들이라면 우리는 아닙니다 우리 중 누군가 죽을 때

이들처럼 그도 그러하다 말하지 마소서

젊을 때부터 그의 발은 그들의 발자국을 찾아다녔다고.

신이여! 당신이 매끄럽게 만든 몸을

이들은 종기 난 채 달리는 것 같이 괴롭히고 해쳤고

당신의 태양 빛을 썩은 물감으로

거친 얼룩과 빛으로 나누었기에.

사람이 보는 것보다 더 많이 보여

신은 그들 작품을 좋게 본다지만

그들의 반칙을 모르는 신이시여!

부엉이보다 눈먼 무지 속에 저희를 두소서

당신의 바다와 언덕까지 볼 수 있고

경외심으로 눈물 흘리기에 충분합니다

 

제목이라 짧게 번역했다. 루벤은 루벤스로 벨기에 화가 Peter Paul Rubens(1577-1640)를 말한다. 법률가였던 아버지가 개신교 박해를 피해 간 독일 쾰른 근처 지겐에서 태어났다. 북유럽 르네상스인 플랑드르파이며 플랑드르는 프랑스어고, 영어는 플랜더스이다. 플랜더스의 개만화에서 주인공 꼬마 네로가 그 그림을 꼭 보고 싶어하던 동경의 대상인 화가이며 통역사다. 플랑드르는 현재 벨기에와 네덜란드로 나뉘어 있다.

이 시에서 로세티는 색채의 최고라 불리는 루벤스의 태양보다 능가하는 지나친 색채를 비판한다. non noi pittori에서 non은 라틴어로 아니다란 뜻이며 noi pottori는 이탈리아어로 우리는 화가들이다, pittori는 화가인 pittore의 복수이다. 결국 우리는 화가가 아니다란 말이다. 이렇게 자연보다 더한 색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화가라면 우리 라파엘 전파는 화가가 아니며 이런 르네상스풍을 우리가 쫓았다고 하지 말라는 뜻이다. 자연을 그대로 그리려 했던 라파엘 전파의 사상관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다. 빛의 지나친 분할로 색채감을 묘사했던 르네상스 기법과 담을 쌓으려 쓴 시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봐야 하고 왜곡하지 않아도 인간의 눈으로 신이 창조한 자연을 경이로운 마음으로 잘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루벤스는 외교관으로도 일했으며 그림이 유명해서 부유하게 살았다. 그림을 그린 후 마르기 전 산책을 나갔는데 제자들이 서로 보려 밀치다 엉망이 되었다. 그걸 한 제자가 덧칠했는데 화내지 않고 네 그림이 더 낫다고 할 정도로 인품이 있었다. 그 제자가 반 다이크며 루벤스는 그를 내 제자 중 최고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한복 입은 남자를 그려 유명하다. 1983년 런던의 크리스티 미술품 경매장에서 소묘 그림으로는 최고 가격인 324,000파운드에 미국의 폴 게티 미술관에 팔렸다. 임진왜란 때 유럽에 팔려 간 노예가 된 사람이란 설이 있고 정확히 어떻게 그리게 됐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The House Of The Life: 36. Life-In-Love

 

Not in thy body is thy life at all

But in this lady's lips and hands and eyes;

Through these she yields thee life that vivifies

What else were sorrow's servant and death's thrall.

Look on thyself without her, and recall

The waste remembrance and forlorn surmise

That liv'd but in a dead-drawn breath of sighs

O'er vanish'd hours and hours eventual.

Even so much life hath the poor tress of hair

Which, stor'd apart, is all love hath to show

For heart-beats and for fire-heats long ago;

Even so much life endures unknown, even where,

'Mid change the changeless night environeth,

Lies all that golden hair undimm’d in death.

 

생명의 집 : 36. 사랑 안의 생명

 

그대 몸에는 생명이 없지만

그녀는 입술, , 눈을 통해 그대,

슬픔의 하수인과 죽음에 매인 몸에 생기를 준다

그녀 없이

사라질 시간에 대해 죽은 듯 탄식하던

지난 기억과 잊었던 생각을 떠올려라

오래전 가슴 뛰고

불타야 했던 사랑도 없고

불변의 어둠을 바꾸어

황금빛 머리칼이 죽음을 극복한

미지의 세계도 오래도록 견뎠던

 

생명의 집이라는 101편 연작 소네트는 제인 모리스에게 바친 시들이다. 화가 친구 윌리엄 모리스 부부와 함께 살며 그의 아내 제인과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의 실제 인물이다. 36은 이 시의 번호이다.

so much life 그 많은 삶은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 회화체에서도 번역을 잘 하지 않는다. 빈약한 머리칼은 이어 나오는 황금빛 머리칼에 대비해서 문구다. 황금빛 머리칼은 죽은 아내의 머리칼인데 이 시는 로세티의 생을 잘 알아야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아내 무덤에 자신의 미완성 시들의 원본과 필사본을 다 넣었는데 되찾기 위해 7년 후에 다시 무덤을 발굴했다. 머리칼이 그대로였고 자라나 종이를 꺼내기 위해 머리칼을 잘랐다. 죽음으로 모든 것이 사라졌는데 머리칼만은 남았다는 걸 말한다. 그에 비해 자신의 사랑은 남은 게 없다는 의미로 빈약한 머리칼, 머리채라고 하는데 기회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 신화에 통달했던 로세티는 그 의미로도 쓴 거 같다. 표현하지 못해 기회를 잃었던 사랑과, 죽음을 이겨내고 남은 머리칼, 미스테리한 죽음의 세계를 지닌 아내와의 사랑을 대비적으로 쓴 듯하다. 실제로 아내가 있을 때 제인을 만났으나 시에서는 제인을 만나기 전 자기 인생을 말하는 거다. 앞서 말했듯 자연을 그리기보다 성서와 신화, 인물을 그려 본인의 학파를 그만두었다.

로제티에게 한 노인이 자신이 그린 스케치북을 들고 와 재능이 있는지 물었다. 전혀 없었다. 노인은 낡은 스케치북을 꺼내 젊은 지망생 그림들이라 했다. 로제티는 이것은 탁월한 가능성이 있다 했다. “젊었을 때 제가 그린 것들이죠. 당신 같은 화가가 한번이라도 칭찬했다면아무도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왜 남의 기준으로 자기를 평가하는가? 왜 남의 칭찬을 구걸하는가? 본인이 본인을 칭찬하면 안 되는가? 상대의 평가는 변하고 올바른 것도 아니다. 휩쓸리지 않는 인생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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