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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33] 리뷰: LAS 앙상블 창단 연주회 '동행'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5.12 09:02
  • 수정 2021.05.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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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등 다양한 유럽 국가에서 유학을 마치고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앙대학교 성악과 출신 남자 동문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성악 앙상블 ‘LAS’가 5월 11일 오후 7시 30분 부평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창단연주회를 가졌다. 빛과 소금이라는 <Light and Salt>의 약자를 딴 LAS는 팀 이름 그대로 음악을 통해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위해 결성, 경제적 혹은 지역적 사정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소외된 곳에 아무런 대가 없이 공연으로 사랑과 감동을 전하기 위해 창단되었다.

남성보칼앙상블 LAS의 창단연주회, 사진 제공: LAS앙상블

작년 12월, 같은 장소에서의 LAS 앙상블의 멤버인 바리톤 김진우가 리더로 있는 남성 중창단 Ilibro의 공연 때처럼 성악가들이 마이크를 쓰는 대중음악회인지 알았는데 첫 곡인 세월호 추모곡 <바람이 잠든 곳>부터 마이크 없이 육중한 바리톤의 음성으로 본격 성악 앙상블을 펼쳐나가 제대로 남자들의 목소리를 음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반색했다. 바리톤 임창환이 부른 <좋은 나라>는 고풍스러우면서 은혜로웠다. 테너 하승룡의 목소리는 밝고 가벼워 이탈리아 오페라에 제격이었으며 테너 추연우는 몸에 힘을 풀고 무심한 듯 소리를 내었다. 2부는 테너 3, 바리톤 3 그리고 베이스 2를 합친 LAS 멤버 8명 전원이 나와 앙상블을 선사했다. 2부 첫 곡인 김효근의 <첫사랑>은 베이스 백진호의 두꺼운 질감에 이어 베이스 김진우가 바통을 받아 이어가면서 CCM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백미는 조성은의 <님이 오시는지>로서 내적 충만함이 넘치면서 섬세하고 시적이었다. 하향 페시지로 갈수록 음정이 안정적으로 들어맞으면서 낚시꾼이 월척을 낚았을 때처럼, 볼링핀이 레일을 구르면서 스트라이크를 칠 때처럼, 홈런 타자가 공을 방망이 스팟에 정확하게 가격하여 담장을 넘겨 버릴 때처럼 음악에서의 손맛인 화음의 절묘한 합이 맞아 떨어찔 때의 희열은 짜릿했다.

세월호 추모곡 바람의 잠든 곳을 연주한 바리톤 김진우와 바이올리니스트 장은혜, 사진제공: LAS앙상블

입장 전부터 짜증이 나긴 했다. 뒤에 줄이 계속 길게 늘여져 있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대권을 교환하기 위해 옥신각신하는 관객부터 지각을 했으면 자신의 좌석과는 무관하게 뒤에서부터 조용히 앉아야지 안 그래도 목조건물이라 이동 시 삐거덕 거리는 소리가 심하게 나는데 위에서부터 내려오느라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준비 중인 성악가를 기다리게 하고 감흥을 깨트리는가! 프로그램북 자체도 너무 빈약해 곡의 설명과 가사, 멤버들의 소개도 없었다. 백스크린이나 모니터로 가사가 제공되지도 않았다. 13곡을 혼자서 반주한 전형진이란 피아니스트의 이력이 궁금하고 그의 수고와 연주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음악회 내내 눈 감고 조용히 저들의 노래만 몰입하고 감상하기엔 방해요소가 너무너무 많아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산통이 깨졌다. 허나 LAS는 선교와 봉사를 목적으로 탄생한 단체라는 사실이 퍼뜩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아트홀이 아닌 교회의 회당이요 앞에선 교회 솔리스트 집사님이 특송을 부르고 있다고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나니 솟구치는 분노와 미움이 가시고 옆의 관객들이 교회의 형제자매로 비치면서 지극히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늘의 목적인 음악 감상보단 아이가 객석에서 떨어트린 팽이를 찾아주려는 선한 공동체 착한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간혹 어긋난 음정과 부정확한 발음에 반응하고 예민해지면서 오직 LAS의 음악을 들어보겠다고 왕복 80km를 운전하고 온 나 같은 사람이 불행한 셈이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에서처럼 릴랙스 되어 같이 손뼉 치고 호흡해 주면 되는 거지 소리의 질감을 따지고 앙상블의 호흡을 운운하고 개별 성악가들의 음색의 차이를 느껴보려는 나 같은 사람이 고통받고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거다. 하지만 이런 나도 구원받았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Climb every mountain>을 연상케하는 마지막 곡 <You'll never walk alone>에서 이런 나에게도 결코 외롭지 않게 앙상블 LAS가 동행해 줄 거라 여기니 이제 나도 익숙하지 않음에서 벗어나 쉬게 된다.

사진제공: LAS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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