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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 단짠 칼럼] 나는 일곱 살 슬픔입니다

마혜경 칼럼니스트
  • 입력 2021.04.16 11:09
  • 수정 2021.04.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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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편지가 펼쳐지다

출처 | 일러스트 김회룡 - 중앙일보
출처 | 일러스트 김회룡 - 중앙일보

 

 

나는 일곱 살 슬픔입니다

- 마혜경

 

 

내 이름은 슬픔입니다. 나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전라남도 진도에서 태어났습니다. 내가 태어난 날은 아침부터 하늘이 흐렸다고 합니다. 그래도 바다만큼은 노래를 들어줬대요. 여행 당일은 언제나 날씨가 말썽이잖아요. 노래가 죄는 아니니까요.

 

나는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작은 심장들의 불을 끄면서 태어났으니까요. 노래가 사라진 바다는 어둡고 화가 났죠. 내 탄생을 미리 알았는지 세월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가만히 있으라!"

나는 가만히 있는 사람들의 눈물입니다. 나는 그들의 눈빛을 바다에서 보았죠. 바닷속에서는 눈물이 보이지 않았고, 울음소리도 파도에 묻어 곧 사라졌어요. 다만 입모양으로 알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엄마, 아빠'였어요.

 

나는 아쉬운 사람들의 손입니다. 나는 그들의 손을 바다에서 보았죠. 하얀 날개가 하늘을 날듯 천천히 날아갔어요.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들의 손은 조용히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림과 음악이 잠들었어요.

 

나는 슬픔입니다. 남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요. 떠난 사람들이 부탁을 했어요. 그들의 심장이 깨지지 않도록 꼭 잡아달라고요.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음을 참아요. 그래야 그들이 울지 않으니까요.  

 

나는 바다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바다를 미워하지 않듯이

나는 파도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파도를 원망하지 않듯이

 

나는 따뜻한 밥이 되고 싶어요

나는 노란 날개로 날고 싶어요

나는 그날을 되될릴 수 있는 바다이고 싶어요

 

더 이상 그날의 슬픔을 전할 수 없어요. 

내가 스스로 슬픔이 되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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