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423]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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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원 음악통신 423]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비밀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21.04.1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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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음악사와 감상법 등을 현 시류와 결합해서 자신의 감상을 자유롭게 말로 개진하고 다른 학우들과 감정을 소통하고 교류하는 <공감을 통한 음악체험>이라는 교양수업의 5주차 주제로 다룬 피아노 연탄곡. 연탄곡이란 생소한 단어의 뜻풀이와 대표적인 작품을 들려주고 보여주었다. 드라마 <밀회>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정도면 시청각 자료로도 충분했을 거라 여겼는데 많은 학생들이 연탄곡을 배우고 나니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도 연상된다고 추천해서 다운로드해 시청해보았다.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공식 포스터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남자 주인공 상륜이 아버지가 근무하고 있는 예술고등학교에 전학을 와서 피아노 선율에 이끌려 온 방에서 어느 소녀를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영화보다 더 알려진 피아노 배틀 장면과 여주인 샤우위와 상륜의 연탄곡 장면이 유명하다. 사실 피아노 배틀 장면이야 눈요기에 불과한 퍼포먼스지만 일반인들 입장에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기교에 혹할 수밖에 없고 두 남녀 주인공의 피아노 연탄곡 치는 장면도 단 한 번만 나오지만 연탄곡을 치면서 서로 교감을 나눈다는 설정은 충분히 충족시킨다. 예고를 배경으로 한 음악적인 요소가 포함된 판타지 로맨스 영화로 드라마 <펜트하우스> 또는 <스카이캐슬>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은 과도한 경쟁에서 오는 극도의 치열함과 적자생존의 원칙이 존재하는 살벌함 대신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순수함과 피아노를 조자룡 헌 창 쓰듯이 다루는 예술학교 학생들만의 특수성과 그에 대한 선망이 더해져 좋은 점만 부각된다.

예중예고 출신 필자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음악은 같이 즐기고 젖어드는 행복의 대상이 아닌 경쟁의 대상이었다. 한 곡의 실기곡으로 7-80명이 순위 다툼을 하니 그야말로 소수점으로 등수가 나뉘면서 엉엉 울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름다워야 하는 음악이 그렇게 잔혹하고 잔인할 수 없었다. 영화에서와 같은 청춘의 발랄함과 끼와 흥은 어찌 보면 예술가들의 특권이자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인데 그걸 규범과 정형화로서 지나치게 억누르고 있는 건 아닐지....... 1등만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클래식 음악의 어쩔 수 없는 한계와 편협성, 같은 곡을 우르르 수백명이 치니 판단할 기준도 없고 더군다나 문화적 환경이나 토양, 신체적인 차이가 역력한 과거의 작품들을 수학 문제 풀듯이 공식화해 틀리지 않고 가르쳐준 대로 따르는 사람만이 일류 대학 진학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닌 전공자 중에서 피아노 배틀이 가능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아니 졸업하고 언제 어디서든 외워서 아님 영화에서처럼 즉흥연주로 1시간 자유롭게 피아노를 치면서 본인도 흥겹고 주변 사람들과도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그런 난장(亂場)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게 예술가의 창의성과 자유분방함을 기르는게 진정한 음악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되는거 아니겠는가! 아티스트보단 경직된 현학성으로 학교에서 하라고 하는 거 배운 거 들들 외워서 연마하고 입시, 콩쿠르 등에 맞춘 과제 학습만 진행, 반복하여 순종적이고 의타적인 음악선생님, 레스너들만 배출하고 정작 천재들은 내쳐지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이런 하이틴 로맨스 영화가 나왔을 2007년에 필자는 막 사회에 진출해 가정을 일구고 먹고사는데 바빠 전국을 시간강사로 누비기 시작했을 때다. 예고를 나와 유학을 마치고 남들 다 가는 군대를 늦은 나이에 제대한 필자와 이 영화를 보면서 청춘의 꿈을 불태웠을 그 당시 10대들이 느낀 감성은 다를 수밖에 없을 터.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음악으로 다시 만났다. 취업, 생계, 코로나, 연주 취소 따위 없는 음악에만 함몰되고 아름다운 사랑만 남을 영화에서의 청춘을 마치 Secret이라는 악보를 통해 1999년으로 워프한 1979년의 여자 주인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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