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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혜경의 시소 詩笑] 어떤 의자

마혜경 시인
  • 입력 2021.04.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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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마혜경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마혜경

 

어떤 의자 

- 마혜경
 

 

사람이 다가온다

연필처럼 걸음이 걸음을 긋고 온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있다

지팡이가 점을 찍으면 두 발이 점을 잇는다

그 사람이 지팡이보다 늦게 걸어온단 말이다

사람이 지팡이를 따라오는 것 같지만

사실 지팡이가 친절한 사람에게 밀려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팡이는 길을 알고 사람은 모른단 말이다

지팡이가 수명을 다해 부러지면

사람은 길을 몰라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의 가슴이 부러진 지팡이를 품으면

그것이 의자란 말이다

두 개의 다리로 일어설 수 없을 뿐

우리는 여태 그것을 모른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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