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자
- 마혜경
사람이 다가온다
연필처럼 걸음이 걸음을 긋고 온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있다
지팡이가 점을 찍으면 두 발이 점을 잇는다
그 사람이 지팡이보다 늦게 걸어온단 말이다
사람이 지팡이를 따라오는 것 같지만
사실 지팡이가 친절한 사람에게 밀려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팡이는 길을 알고 사람은 모른단 말이다
지팡이가 수명을 다해 부러지면
사람은 길을 몰라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의 가슴이 부러진 지팡이를 품으면
그것이 의자란 말이다
두 개의 다리로 일어설 수 없을 뿐
우리는 여태 그것을 모른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