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월호 참사 7주기 - 용서와 화해의 여행

성용원 작곡가
  • 입력 2021.04.09 08: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주박과 쟁반도 서로 부딪칠 수 있고 솥과 밥그릇도 서로 생채기를 줄 날도 있다. 살다보면 부모 자식 간에 ‘옥신이 각신이’ 쟁집풀이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러다 거스를 수 없는 풍파에 자식이 세상을 떠나면 부모의 억장은 무너지고 삶의 무게는 표현 불가능한 침음한 나락으로 주저앉고만다. 자식을 잃으면 제일 먼저 신을 원망하고 나라를 원망하고 죄를 저지른 집단을 죽이고 싶어 한다. 순수한 ‘내 사랑의 별’... 그때 흘리는 눈물은 전과 같지 않다. 격랑과 회한의 작은 강물들을 포용한 너무나 눈부신 초월적 눈물이다. 내 자식을 삼킨 것도 바다지만, 그 바다는 세월이 흐름에 내 마음의 앙금도 깊이깊이 삼켜버린다. 그 모든 걸 ‘받아’ 바다가 된다. 자, 이제 엄마로서, 아빠로서, 자식으로서 가족에게 잘못한 일을 용서하고 더불어 살아있는 동안 더 사랑하고 아끼고 안아주자.

올해 4월16일은 세월호참사 7주기다. 세월호참사 5주년을 맞아 2019년 4월13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기억, 오늘에 내일을 묻다.]란 제목으로 추모제가 거행되었다. 이때는 몰랐다. 이게 현재까지 광화문 광장에서의 마지막 추모제가 될거라는 걸...작년 2020년 4월은 코로나 여파로 인해 당연히(?) 행사가 무산되었고 올해도 마찬가지고 내년도 어찌될지 기약할 수 없다. 컨퍼런스, 기억영상 공모전, 국민 참여 기억무대, 플래시몹, 릴레이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던 행사 중 오후 2시에 열린 국민 참여 기억무대에서 이승원 작사의 세월호 추모곡 <바람이 잠든 곳>이 소프라노 박소은에 의해 열창되어지고 뒷배경으로 뮤직비디오(제작 더플랫폼)가 펼쳐지며 감동의 물결을 선사했다.

푸른 바다 위에 사라진 작은 별들의 목소리

하얗게 수놓은 달빛 아래 조용히 잠이 든다.

아픔을 간직한 그대여, 눈물을 거두어 주세요

바람이 잠든 곳에 있는 널 기억하겠소.

별들 아래서

상처가 있는 곳에 위로와

아픔이 있는 곳에 용서를

기억 속에 모두가 사라진다 해도

바람이 잠든 곳에서 기억하겠소.

당신의 이름을...(작사: 이승원)

음악은 사고로 인한 희생자와 유족들 그리고 이 슬픔에 공감하는 이들에게 말로 전할 수 없는 위로를 대신할 수 있다. 음악 자체가 ‘형언’ 할 수 없는 미지와 심연을 표현하고 어루만지는 예술 아닌가! 난파하는 타이타닉호에 끝까지 남아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을 다한, 그래서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다가올 천국을 노래하면서 안심시키느라 결국 도피를 단념한 채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음악을 연주한 영화 <타이타닉>의 현악4중주단 장면 기억나는가?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세월호 참가 희생자를 위해 제주도 위령제에서 연주했던 아이가 먼저 세상을 떠나 슬퍼하는 어머니를 위해 연주한 곡이었던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2악장. 한국전쟁 당시 아수라장이 됐던 피난 열차에서 어느 음악평론가가 축음기를 꺼내 곡을 틀었는데 열차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이렇게 음악은 입력과 산출을 수학적으로 조합한 물리적인 알고리즘을 초월한 우리 감정보다 더 깊은 무엇에 관한, 진동 너머의 진실과 울림을 선사하는 영적인 힘을 가진 언어이자 꼭 필요한 삶의 동반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