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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김홍관 시인
  • 입력 2021.03.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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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새벽의 고독은 고독 중에서 가장 고약하다.

아랫목에 가부좌로 앉아계시던

아버지의 고독만큼이나 말이다.

당신은 목침에 곰방대를 털며 담배를 즐기셨다.

담배 후엔 가래를 돋우시곤 하셨지.

 

목침은 아버지의 다용도 애중품이다.

잎담배를 여미어 목침을 세우고 담뱃닢을 썰으시고

앉으실 땐 무릎받이

주무실 땐 베개를 대신하셨다.

목침 한면은 머릿기름에 반질거렸고

아버지 냄새가 깊숙히 스며있었다.

 

당신 가신지 어언 40년이 다 돼 가고

나도 아버지의 그 나이로 달려간다.

새벽의 고독에 아버지 생각을 올려 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 진한 고독 속에는 과거가 함께한다.

시계바늘 소리는 대포알 소리로 들리고

낫지 않은 이명은 더욱 울부짓는다.

여명은 평소보다 훨씬 더디게 온다.

잊혀지지 않는 시간 탓이리라.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다.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이 존재하고

사랑 안에서도 그러하다.

고독을 즐기려면 망각을 해야하는데

그게 어디 녹녹한 일인가?

 

'방하착 이어든 착득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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