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 작동하지 않는 법적용 4가지 분석

신영배 전문 기자
  • 입력 2021.03.27 22:38
  • 수정 2021.03.28 09: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비업법 미적용과 현실과 동떨어진 노동부의 감시단속근로자 승인
대법원판례는 초소에서 휴게시간은 근무시간이지만 임금은 미지급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있지만 부당해고는 남발
사실상 근로자파견임에도 파견법은 미작동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노동자이다. 갑질 인권침해, 열악한 근무환경, 항시적 고용불안이 상존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법과 제도를 만들거나 적용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수퍼갑이고, 관리비가 상승하는 것도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비노동자 문제를 미숙하게 대응하면 고용불안과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이 크게 발생될 수도 있다그렇다 하더라도 아파트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법적용 아래의 4가지 사항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개별적 권리구제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현실과 법제도 괴리를 극복할 합리적 상생방안 추진도 가능하다.

첫째 경비업법 적용 제외를 하면서도 노동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감시단속근로자 승인을 하고 있다 : 대부분 아파트 경비노동자 업무의 약30%는 경비업무이고, 70%는 경비외의 다른업무(분리수거,주차관리,택배관리 등)이다고 실태조사보고서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 이는 아파트경비원은 경비외의 업무를 금지하는 경비업법 위반이지만 정부는 경비업법 적용을 유예하고 있다. 또 경비외 업무가 많다면 고용노동부는 감시단속근로자승인을 내면 안되지만, 현실은 우리나라 아파트 경비원의 약97%에 대하여 감시단속근로자승인을 내고 있다. 감시단속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무시간,휴게,휴일의 적용을 받지 않아서 저임금으로 ‘24시간 맞교대 근무라는 전근대적 근무방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법은 있지만 경비노동자의 취약한 현실 때문에 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둘째 초소에서 쉬는 휴게시간은 근무시간이고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대법원판례가 다수 있지만 임금지급없는 장시간 휴게시간은 지속되고 있다 :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면서 매일 7~13시간의 장시간 휴게시간을 가진다. 휴게시간동안에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근무초소 내에서 휴식이나 쪽잠은 근무시간이며 임금지급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6243085외 다수). 우리나라 경비노동자라면 누구라도 전문변호사 노무사의 도움을 받으면 휴게시간에 대한 3년치 임금을 청구하여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부당해고를 당했을 때 노동위에 부당해고구제신청과 함께 고용노동부에 휴게시간에 대한 3년간 체불임금신고도 같이 할 수 있겠다). 대부분 아파트 관리주체는 언제나 수억원의 임금체불이라는 재정적 리스크를 안고 가고 있는 것이다.

셋째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있음에도 이유없는 해고는 남발되고 있다 : 대부분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3개월~1년사이 초단기계약 근로자이고, 대부분 경비용역업체는 개별근로계약이 종료되어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근로계약을 갱신한다. 대법원판례는 이런 경우에 경비노동자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가진다고 한다(대법원 201945647외 다수). 그러나 대부분 경비용역업체는 이러한 갱신기대권을 가진 경비노동자들을 개별근로계약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는 데도 부당해고를 남발하고 있다.

넷째 사실상 근로자파견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파견법이 작동되고 있지 않다 : 대부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업체와 위탁계약하고, 관리업체는 다시 경비용역업체와 위탁계약을 하는 이중위탁계약방식을 취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경비업무는 관리업체 직원인 관리사무소의 직간접적인 업무지시로 이루어지고 있고, 경비용역업체는 아파트현장에 상주하지 않고 경비업무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에 해당된다. 파견법에 따르면 근로자 파견을 하는 업체는 고용노동부장관의 허락을 얻어야 하고, 아파트경비업무는 근로자 파견이 금지된 업무이다. 그러나 대부분 경비용역업체는 고용노동부장관의 허락없이 불법근로자파견을 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 파견업체(경비용역업체)와 사용업체(관리업체)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며, 근로자 사용업체(관리업체)는 근로자를 직접 고용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관리업체가 경비원 직접 고용의무를 이행하는 경우는 없고, 경비용역업체가 바뀌면 경비원을 마음대로 해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사용업체의 간접적 업무지시만 있어도 근로자파견으로 보겠다고 지침을 크게 완화했지만 이에 대한 근로감독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이 역시도 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관리업체의 경비업무 직간접적 지시 증거를 확보하여 불법파견과 관리업체 직접고용의무를 다투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이 법의 미적용이 당연시되던 상황이 단 한번에 바뀐 사례를 소개한다. 2017년 강동성심병원은 240억원의 임금체불이 확인되고 병원장이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병원 노조가 조기출근에 대하여 시간외 근무에 대한 임금체불신고를 한 것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사건이후 대부분 기업에서 그동안 당연시되던 조기출근과 퇴근시간이후 근무는 사라졌고, 기업들이 스스로 정시출근과 정시퇴근을 시스템화하게 되었다.  시간외 근무 문제처럼 현재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 작동하지 않는 법적용도 언젠가는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방향을 찾는 현장의 집요하고 전문적인 노력에 의해 바뀔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피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